10월에 출간될 새 책 서문

by 박동욱

『식색신언(食色紳言)-食과 色에 대한 지혜의 문장들』-북드랑망-


박사논문을 이용휴(李用休, 1708∼1782)란 작가를 가지고 썼다. 그의 문집을 보다가 우연찮게『식색신언(食色紳言)』이란 책에 발문(跋文)을 붙인 것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행적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호기심에 이 책을 구해서 읽다가 보니 내용이 흥미로웠다. 새벽에 출근하면 일과로 조금씩 시간을 정해 번역을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식욕(食慾)과 성욕(性慾)의 절제에 대한 것이다. 식욕에 관한 내용들은 대개 음식을 위해 무분별한 살생을 하지 말라는 권고, 함부로 술을 마시지 말고 절주(節酒)나 금주(禁酒)를 실천하라는 경계, 살아 있는 생물들을 죽이지 말고 놓아주라는 방생(放生)에 대한 권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몬도가네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성욕에 관한 내용들은 건강과 예절을 위해 금욕에 대한 실천과, 음욕과 정욕에 빠지지 말고 청정한 삶을 살라는 경계로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지나친 성에 대한 탐닉이 가져다주는 파멸의 경고가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식색의 욕망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시대다. 먹방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지금처럼 넘쳐나던 시대도 없었다. 맛난 것을 찾아서 지나치게 먹어대고, 그러느라 찐 살들을 빼느라 다이어트에 열중한다. 몸과 정신 어느 것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때로는 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정신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때도 되었다. 전 시대에 비해서 성에 대해서도 놀랄 만큼 개방된 사고를 한다. 남들의 성경험을 듣는 것도 쉬워졌고 자신의 성경험을 말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게들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릇된 성의식이나 성취향에 빠져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식욕과 성욕에 대해서 한껏 누리는 것이 행복한 길일까? 아니면 적당히 통제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길일까? 식색의 욕망들은 언제나 발산과 절제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요구 받아 왔다. 지금 이 시대는 지나치게 식색의 욕망을 발산하는 길로만 가고 있다. 이제 한번쯤 식색의 절제에도 관심을 돌릴 때가 되었다. 욕망의 발산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향한 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다.

지난 3월부터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 한 끼 점심만 먹는다. 하루 종일 배고픔과 싸우느라 처음에는 몹시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복(空腹)이 주는 헛헛함이 과식이 주는 포만감보다 낫다는 사실을 느꼈다. 두 달 만에 12kg를 감량하고 6월에는 프로복서 테스트에 나가서 통과했다. 건강 검진 결과는 10년 동안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보여주었다. 아직 까지도 매일 1일 1식을 하고 매일 1시간 30분씩 복싱을 한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더블B 복싱 체육관 한부철 관장님과 만난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일 년에 서너 번 술잔을 기울인다. 매일 보다시피 하면서도 체육관에서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함께 나눈다. 관장님은 나의 스승이며 친구가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누구보다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때로는 삶이 고아(孤兒)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강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외롭다. 외롭지만 강하게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2021년 9월 14일 저자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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