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24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봉래산의 높은 성에 들어 가리


오동나무 바람소리 날 저물어 시끄럽고,

비 지나간 서쪽 못에 대자리 잠 시원하네.

그 속에서 꿈 꾼 이야기 전하지 말라.

봉래산의 높은 성에 들어갈 것이니.

高梧策策晩多聲 雨過西塘睡簟淸

箇中有夢休傳說 應入蓬山第一城

이윤영(李胤永), <절필시. 이 때 몹시도 앓아서 말조차 못하는 상태로 며칠이나 지났다. 갑자기 앉아서 졸던 중에 입으로 이 시를 부르셨다. 그리곤 이날에 세상을 떠나셨다[絶筆 [時病甚, 不能語已數日, 忽於坐睡中, 口呼此詩, 是日逝]]>




[평설]

그는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한동안 의식이 없다가, 잠시 의식이 돌아온 순간에 입으로 불러 겨우 완성한 작품이다. 시를 지을 때도 정신이 온전치 못했는지 잠꼬대처럼 이 시를 남겼다. 이 시의 제목도 마지막 작품을 직감한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생사를 넘나들다 의식이 돌아와 보니 오동나무에 비가 지난 풍경이다. 지금껏 살아온 일들도 이처럼 잠결에 잠시 일었던 소란일 뿐이다. 그러니 꿈속에 있었던 일들의 시비를 가릴 것도 없다며 자신의 죽음을 봉래산에 있는 황금 궁궐로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난다. 흔한 삶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도 없이 죽음에 대한 순명(順命)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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