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53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아홉 개의 생각과 태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정성을 다해서 마음이 정도(正道)를 향해야 한다. 세상에서 멋대로 놀아서 그 뜻을 흩뜨리지 말라. 배움에는 밑바탕이 있어야 하니 마음과 몸을 바르게 갖는 것이네. 사람이 충성과 신실함이 없다면 일들이 모두다 실상이 없는 것이다. 나쁜 짓은 하기 쉽고, 선한 일은 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충성과 신실함을 잠시라도 버리지 말라. 부모님이 주신 몸이 바로 나의 몸이니 구용(九容)과 구사(九思)가 몸을 닦는 도리이네.

발 모습은 무겁게, 손 모양은 공손하게, 눈 모습은 단정하게, 입 모양은 고요하게, 말소리는 나직하게, 머리 모습은 곧바르게, 기의 모습은 엄숙하게, 서 있는 모습은 덕스럽게, 얼굴 모습은 씩씩하게, 이것이 아홉 가지 모습이네.

보는 것은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 듣는 것은 총명하게 들음을 생각하며, 낯빛은 온화하기를 생각하고, 얼굴 모습은 공손하기를 생각하며, 말은 충성스럽기를 생각하고, 일에는 공경하기를 생각하며, 의심나면 물을 것을 생각하고, 분하면 어려운 것을 생각하며, 이득을 보면 의리에 맞는 지 생각해야 하니 이것이 아홉 가지 생각이다.

아홉 가지 모습[九容]과 아홉 가지 생각[九思]에 뜻을 세워 간직하라. 아! 나의 후손들아 몸가짐 단속하고 뜻을 세워라. 나같은 늙은이의 말이 아니라, 오직 성인(聖人)의 가르침이네. 마음에 새기고 뜻에 새겨서 때때로 본보기로 삼아라.


學者必誠, 心向正道. 莫遊世俗, 雜散其志. 學有基址, 正心正身. 人不忠信, 事皆無實. 爲惡則易, 爲善則難, 必以忠信, 勿棄須臾. 父母遺體, 是我一身, 九容九思, 修身之道. 足容重兮手容恭, 目容端兮口容止, 聲容靜兮頭容直, 氣容肅兮立容德, 色容莊兮是曰九容. 視思明兮聽思聰, 色思溫兮貌思恭, 言思忠兮事思敬, 疑思問兮忿思難, 見得思義是曰九思. 九容九思, 存於立志. 嗟我後生, 檢身立志. 匪我言耄, 惟聖之謨. 銘心刻意, 時時鑑戒.

-박익(朴翊, 1332~1398), 「持身箴」




[평설]

제목에 나오는 지신(持身)은 수신(修身)과 같은 뜻이다. 이 글은 수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는 사람은 바른 마음[正心]과 바른 몸가짐[正身]을 바탕으로 정도(正道)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덕목으로 충신(忠信)을 들었다. 충(忠)이란 자기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盡己之謂忠], 신(信)이란 성실히 하는 것[以實之謂信]을 이른다. 충신은 거짓없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몸을 닦는 도리로써 구용과 구사를 들었다. 구용(九容)은 군자(君子)가 그 몸가짐을 단정히 함에 있어 취해야 할 9가지 자세이고, 구사(九思)는 군자(君子)의 몸가짐에 대한 9가지 태도이다. 구용과 구사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대로만 따라 한다면 어디 하나 흠잡힐 것이 없는 반듯한 사람이 될 만하다. 모든 공부의 기본은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 데에 있다. 공부의 본말이 전도되어 실력만 앞세우다 보면 인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대학을 나와도 인사나 말본새 하나 갖추지 못하고, 다리나 손동작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부를 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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