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57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산처럼 우뚝하게 못처럼 깊숙하게


말은 미덥게 하고 행동은 삼가해서, 삿됨을 막고 정성을 보존하라. 산처럼 우뚝이 서 있고 못처럼 깊숙하면, 봄기운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庸信庸謹, 閑邪存誠. 岳立淵冲, 燁燁春榮.

조식(曺植, 1501~1572), 「座右銘」




[평설]

퇴계 이황이 형이상학적 학문을 지향했다면 남명 조식은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을 강조했다. 남명은 칼과 방울을 차고 다니며 항상 자신을 성찰하였다. 이 글은 산해정(山海亭) 계명실(繼明室) 벽에 써 붙인 좌우명(座右銘)이다. 과연 남명다운 글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성찰에 있어서는 조금의 빈틈도 없지만, 커다란 포부는 누구보다 컸다. 우뚝하고 깊숙하여 도저(到底)하게 되면 봄기운처럼 빛나게 된다. 니체의 “무서운 깊이 없이는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과연 얼마나 공부를 해야 이런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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