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59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조심해야 할 다섯 가지


오직 옛날에 한유는 나이가 48살이 되었을 때에 오잠(五箴)의 말을 지어서 그것을 가지고 애오라지 스스로 힘썼네. 한유의 재능과 그릇은 높고 높아서 무리 중에서 빼어났도다. 사람됨이 이미 완성됐다 이르렀고 일에 있어서도 또한 스스로 근면하였네. 그런데도 여전히 또 헛되이 늙는 것을 탄식하여 격려하는 뜻을 글에 드러냈네. 하물며 나는 노둔한 자질로 갈팡질팡 길을 헤매니 다시 어떠하겠는가. 보잘 것 없는 나이가 우연히 똑같으니 이것을 볼 적에 더욱 스스로 부끄럽구나. 머리는 빠지고 치아는 다시 없어졌으니 나의 노쇠함이 이미 이와 같도다. 문장을 전공함에도 글자도 분간치 못했고, 처신에도 옳은 것이 전혀 없었네. 헛되이 50년을 저버려서는 일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하였도다. 지난 일을 미루어서 앞으로의 일을 따져보면 끝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이 오잠(五箴)의 규율을 가지고서 그것을 써서 자리 옆에 두고서 들고 나며 항상 스스로 성찰하여 아침저녁으로 생각이 여기에 있게 하노라. 말과 행동은 틀림없이 스스로 삼가고, 즐겁게 노니는 것은 틀림없이 자제해야 하네. 좋아하고 싫어함은 틀림없이 치우치게 하지 말고 허명은 틀림없이 스스로 피해야 하네.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자 한다면 다만 하나의 공경 경이란 글자가 있을 뿐이네. 한유는 참으로 나의 스승이니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것 같네. 말에 만약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신명을 또한 두려워해야 할 것이네.


惟昔韓昌黎, 行年四十八, 乃作五箴言, 持之聊自勖. 韓子才與器, 犖犖超諸群. 爲人已云成, 於業亦自勤. 猶且歎虛老, 激勵形諸書. 況我駑下姿, 倀倀更何如. 犬馬年偶齊, 覽此益自恥. 頭童齒更豁, 吾衰已如此. 攻文昧魚魯, 行己無一可. 虛負五十年, 事事居人下. 推往以計來, 畢竟爲何物. 將此五箴規, 書之置座側, 出入常自省, 朝夕念在茲. 言行須自飭, 嬉遊須自持. 好惡須勿偏, 浮名須自避. 欲知用工方, 只有一敬字. 昌黎眞我師, 似是朝暮遇. 有語苟不踐, 神明亦可懼.

-강백년(姜栢年, 1603∼1681), 「覽韓退之五箴有感」


[어석]

어로(魚魯): 문자의 틀림. 무식해서 어(魚)자와 노(魯)자를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




[평설]

강백년이 48살이 되어서 한유(韓愈)가 같은 나이 때에 지은 오잠(五箴)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지은 글이다. 오잠(五箴)은 언잠(言箴), 행잠(行箴), 유잠(游箴), 호오잠(好惡箴), 지명잠(知名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지난날에 대한 회오(悔悟)와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였다. 말과 행동은 삼가 하여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 즐겁게 놀아도 자제하며 놀아야지, 마구잡이로 놀아서는 안 된다. 호오(好惡)가 너무 극단적이어서는 안 된다. 남들의 기림에 의해 명성이 높아진 것을 피해야 하니, 거기에 도치되어 우쭐해서는 안 된다. 공부하는 비결이란 사실 경(敬)이란 한 글자로 귀결될 수 있다. 매사에 공경스럽게 처신하면 욕되는 일이 자연스레 멀어질 것이다. 초로(初老)의 다짐이 무겁고도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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