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68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저녁은 금세 찾아온다


창가로 석양빛이 들어오니 지는 해 쉽게도 넘어가누나. 남은 삶 얼마 남지 않아서 두려워 마음 철렁 내려앉네. 책을 펴고 성현을 대하면 뚜렷하게 마주 대한 듯하니, 감히 즐겁게 놀기나 하며 이 세월 헛되이 보내랴. 덤불 헤치고 길 찾으려 해도 날 저물면 길 찾기 어려우니 수레에 기름 치고 말은 먹이어 빨리 몰아 급히 달려야겠네.


夕日入牗, 流光易沉, 年數不足, 怵然驚心. 開卷對越, 赫若有臨, 敢娛以嬉, 虛此分陰. 披榛覔路, 日暮難尋. 膏車秣馬, 疾驅駸駸.

이항복(李恒福, 1556~1618),「警夕箴」




[평설]

아침이라 생각했더니 벌써 저녁이 찾아왔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빛나던 청춘도 금세 서글픈 노년이 되고 만다. 그 짧은 인생을 생각하면 정신이 퍼뜩 나서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려 한다. 노느라 허송세월하기에 인생은 턱없이 짧다. 날이 저물면 길 찾기 어려운 것처럼, 나이 들면 더욱 학문에 매진하기 힘드니 나 진리를 위해 달려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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