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75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촛불 켜고 써내려간 좌우명

갑인년 7월 14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촛불 켜고 붓을 놀려서 자리 모퉁이에 썼으니 싫증내지 않기를 바란다. 이 말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다가 또 나의 자손들에게 줄 것이다. 심원한 데에 뜻을 둔 자는 술과 여색, 옷과 음식에 욕심을 내지 않고, 큰 일에 뜻을 둔 자는 벼슬길의 영화와 재물에 염치를 잃지 않으며, 성실함에 뜻을 두는 자는 악기 연주와 윷놀이와 바둑에 정신을 허비하지 않고, 중요한 데에 뜻을 둔 자는 말과 문장에 재주를 뽐내지 않는다.


甲寅七月十四夜無寐. 忽有所思, 呼燭奮筆, 以書座隅, 庶幾無斁. 終身斯語, 且以貽我子孫. 志于遠者, 不牽慾於酒色衣食; 志于大者, 不喪耻於宦榮財祿; 志于宲者, 不費神於吹彈樗奕; 志于重者, 不衒才於言語詞學.

강이천(姜彛天, 1768∼1801), 「座隅銘」




[평설]

이 글은 강이천의 나이 26살(1794년)에 쓴 것이다. 어느 곳에 관심을 쏟는 지가 그 사람의 수준을 말해준다. 빠져야 할 곳에 빠지고 빠지지 않아야 할 곳은 빠지지 않아야 한다. 너무 재미난 것은 애초부터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품은 뜻이 남다른 사람은 더욱 그러해야 한다. 잠을 자다 퍼뜩 생각이 떠오른 이 젊은이는 자신이 조심해야 할 것을 조목조목 적어갔다. 강이천은 12살에 이미 빼어난 시를 써서 28살 정조에게 칭찬받았지만, 후에 문체반정(文體反正)의 대상으로 지목받았다. 그의 삶은 그의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며 다르게 흘러갔다. 그는 불과 33살(1801년)에 신유사옥(辛酉邪獄)에 연루되어 고문 끝에 옥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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