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77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사랑하는 법, 미워하는 법


아! 너는 그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하지 않는가. 너는 미워할 만한 것을 미워하고 미워해서는 안 될 것을 미워하지 않는가. 너는 그 미워할 만할 것을 미워하고 미워해서는 안 될 것을 미워하지 않으며 그 사랑할 만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너는 사랑하고 미워함을 잘하는 것이다.

너는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사랑하며 미워해야 할 것을 미워하지 않고 미워해서는 안 될 것을 미워한다면 너는 사랑하고 미워함을 잘못하는 것이다. 아! 남들이 너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 네가 남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과 같다면 너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에 네 마음을 잘 둔 것이다.


於戲! 汝愛其可愛, 而不愛其不可愛者耶. 汝惡其可惡, 而不惡其不可惡者耶. 汝惡其可惡, 而不惡其不可惡, 愛其可愛, 而不愛其不可愛, 汝其能愛惡矣. 汝不愛其可愛, 而愛其不可愛, 不惡其可惡, 而惡其不可惡, 汝不能愛惡矣. 於戲! 人之愛惡於汝, 如汝之愛惡於人, 汝其能有汝心於愛惡者哉.

강재항(姜再恒, 1689∼1756),「愛惡箴」


[평설]

우리는 흔히 사랑할 만하니 사랑하고 미워할 만하니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나의 판단은 합리적인가?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대상에 대한 나의 판단은 온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 사랑하고 미워하는 대상에 대해서 오독(誤讀)과 착시(錯視)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랑할 만한 대상을 사랑하고 미워할 만한 대상을 미워하는 것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사랑할 만한 대상이 아닌데 사랑을 하고 미워할 만한 대상이 아닌데도 미워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런대도 본인은 대상에 대한 애증(愛憎)이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마련이다. 사랑하지 않을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맹종이 되고 미워하지 않을 대상을 미워하게 되면 증오가 된다. 우리는 지금 잘 사랑하고 잘 미워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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