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85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난 이렇게 살겠다


한 쪽박 물과 한 그릇 밥이라도 절대로 거저먹지 말며, 한 그릇 밥 먹었으면 걸맞은 힘을 써서 의로움에 맞는 것을 알아야 하리. 하루아침꺼리 자질구레한 걱정은 생각지 않고 일생동안 할 큰 근심만 걱정을 하며, 병 앓지 않은 여윈 몸이지만, 바꾸지 않는 즐거움을 즐겨야 하리. 염치 지키는 선비 풍모 숭상을 하고 간특한 세속의 작태를 미워하리. 남이 칭찬한다고 기뻐하지 말고 남이 헐뜯는다고 노여워 말며 기꺼이 천리를 따르면 여유 있게 터득함 있게 되리라. 무심히 봉우리 위로 보이는 구름 그림자 같이 사심 없이 허공에 걸려 있는 달빛과도 같이 동작과 말에 몸뚱이를 잊어 버려서 희황 시대의 순박함으로 돌아가고, 몸가짐과 행동에서 옛 성인을 상상하여 요순 삼대의 전형을 따라야 하리. 부디 그대는 반성하여 북쪽 벽에서 느끼시라.


水一瓢食一簞, 切勿素餐, 受一飯使一力, 須知義適. 無一朝之患, 而憂終身之憂, 有不病之癯, 而樂不改之樂. 敦尙士風廉恥, 輕厭俗態詐慝. 勿喜矜譽, 勿嗔毀辱, 怡然順理, 悠然有得. 無心出岫之雲影, 不阿懸空之月色. 動靜語默忘形骸. 羲皇上世之淳朴, 容止軌則存想像, 唐虞三代之典則. 冀子觀省, 感於北壁.

김시습(金時習),「북명(北銘)」


[평설]

김시습이 1472년 나이 40세 때에 수락산에 터를 잡고 살던 시절에 쓴 글이다. 소박한 밥이라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하니 항상 의로움에 맞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 자질구레한 걱정에 끌탕하지 말고 자아의 완성만을 걱정하련다. 보잘 것 없이 깡마른 몸으로 누추한 삶을 안회(顔回)처럼 변함없이 즐거워할 것이다. 그렇다고 딸깍발이 선비로서 절대로 세속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눈감지는 않겠다. 남들의 평가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서 천리를 따르다 보면 자득(自得)의 순간이 찾아오리라. 달과 구름을 벗 삼으면서 옛 성인(聖人)이 되려는 노력만은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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