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증오하며 29 -제호탕(醍醐湯)-

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by 박동욱

제호탕(醍醐湯)


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한 시절이다. 텔레비전 채널을 넘기다 보면 어렵지 않게 먹방을 보게 된다. 넘치는 먹거리 덕에 비만 인구는 늘어가고 다이어트 열풍이 분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지금은 탄산음료가 넘쳐나지만 그때는 학교 앞에서 파는 냉차나 집에서 해주는 미숫가루 정도가 전부였다.

조선시대에도 제호탕(醍醐湯)이란 청량음료가 있었다. 제호탕은 매실의 껍질을 벗겨 짚불에 그슬린 오매육(烏梅肉)에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의 약재 가루를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셨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단옷날에 궁중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이것을 기로소(耆老所: 조선 시대에,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구)에 하사한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꼭 노인들에게만 하사한 음식은 아니었다. 『영조실록』을 보면 성균관 유생들에게 수박과 제호탕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36년 7월 25일) 궁중에서는 임금이 제호탕을 부채와 함께 신하들에게 하사하곤 하였다.





年年滌暑太醫方 해마다 더위를 씻어주는 내의의 처방으로

百煉烏梅白蜜湯 오매와 흰 꿀을 백 번 달여 만든 탕이네.

拜賜宮恩如灌頂 임금 은혜 공손히 받자 관정(灌頂) 같으니

仙香不讓五雲漿 오묘한 향기는 좋은 술에 지지 않누나.

최영년(崔永年),「제호탕(醍醐湯)」


제호(醍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우유를 정제하면 나오는 5가지 단계의 제품 중에 가장 좋은 맛을 가진 것을 이른다. 또, 제호상미(醍醐上味)의 준말로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말한다. 이것으로 볼 때 가장 맛이 좋은 음료수를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제호탕은 지금의 음료수라기보다는 약제에 가까워 보인다. 요즘 음료수는 자극적인 맛에다 중독성이 있다.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건강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내의원 의관(醫官)이 처방을 했다는 것만 보아도 건강식이란 것을 알 수 있다. 1,2구에서는 간단한 제조법을 말하고 3, 4구에서는 임금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紫琥珀光貯氷壺 자호박 빛깔 음료를 얼음 항아리에 담아

內醫擎進玉醍醐 내의가 받들어서 제호탕을 올리었네.

淸凉可敵玄霜散 청량함은 된서리 흩어짐과 필적할 만하니,

長夏蒸炎定有無 긴 여름 찌는 더위 정녕 있었던가.

홍석모(洪錫謨),「제호탕(醍醐湯)」


제호탕에 얼음을 동동 띄워 먹으면 더 한층 맛나게 즐길 수 있었다. 내의가 임금에게 바치면 임금은 대신들에게 하사하였다. 제호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여름 한철 무탈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허영만 화백의『식객』에도 제호탕이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제호탕 식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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