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독학러 점자책 추천 -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

경북고등학교 봉사동아리의 대구교육청 우수출판 선정작

by 사오 김 Sa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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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동시선집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


점자책답게 4만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하지만,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가 이번 생일에 상품권을 선물해 주어 소장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점자 독학에 큰 도움이 될 듯하여 충분히 돈값을 한다고 본다.


여러 이유로 점자를 공부해 보기로 마음 먹은 지 한참, 점자를 기왕 배우는 김이라면 직접 손끝으로 읽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멋있고(?) 의미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점자책을 하나 구비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전에 말했듯 온라인서점에서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점자책은 대개 아동용 그림책이다. 그 중 ‘점이 모여 모여’를 한번 읽어 봤었는데(링크), 역시 아동용 그림책인 만큼 그림의 비중이 많고 따라서 글은 그만큼 적으며 점자도 덩달아 그만큼 적다. 그나마 있는 문구 또한 대체로 음성상징어 위주의 어린이용이라 ‘점이 모여 모여’를 선뜻 소장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쉽게 검색되는 책은 대개 사정이 비슷해 보여 고민이 많았던 차에, 반갑게도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2025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 우수출판 선정작으로, 대구 경북고등학교 봉사동아리 BOS(Beyond Our Sight) 학생들이 각자 동시를 골라 모아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덧붙여서 점역하여 엮어낸 것이다.


서두에 이 책 출간 과정을 지도한 김묘연 선생님 등의 ‘여는 글’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 이 책을 만든 계기와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오디오북이 많은 시대에도 ‘손으로 천천히 읽고, 멈춰 생각할 권리’를 주는 점자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다. 저번에 스마트폰이 점자의 수요를 대체해 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천천히 읽고 숙고하는 데에는 역시 오디오북보다 점자책이 나을 것이다.


(한편 이 ‘여는 글’에는 교장/교감 선생님에 이어 행정실장님께도 감사를 표하는 대목이 있다. 그러고 보면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아무래도 행정실과 소통할 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 이 책이 왜 점자 독학에 도움이 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 사진은 저번 글에 실었던 <점이 모여 모여>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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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모여 모여>는 아동용 그림책이기 때문에 페이지당 한 문장에서 반 문장 정도가 듬성듬성 쓰여 있고, 점자 크기도 평소 일상에서 마주할 만한 것보다 더 크다.


반면 경북고의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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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양이 훨씬 많고 하나하나 점역되어 있으며 점자 크기도 평소 접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동용 그림책하고는 확연히 대조된다.


점자가 적혀 있는 곳 바로 근처에 묵자(점자가 아닌, 지금 독자가 보고 있는 글씨)로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으니, 점자를 읽어 보고 내가 생각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편하다. (이 점은 <점이 모여 모여>를 비롯한 아동용 그림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르는 점자가 나올 때 점자일람표를 찾아보며 이 책을 읽어가면 점자 읽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리라는 기대감이 든다.


그런 기대 속에 실제로 연습을 좀 해 보았는데, 역시 재미있고 좋다.

묵자나 점자를 내 눈으로 보면서 연습하는 것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눈으로 보면 보고 싶은 곳만 골라 봐지는 게 아니라 한번에 모든 내용이 눈에 들어와서 ‘스포일러’가 되니, 아예 눈을 감고 손만 사용해 읽으면서 아내에게 내가 읽는 게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해 보았다.


여기까지는 퍽 아는 것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내 점자 읽기는 초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아까울 만큼?) 심하게 더듬거리는 수준이다. 그래서 일단 책에 실린 동시 각각의 ‘제목’만을 읽고 맞혀 보는 걸로 했는데,


간지럼’을 읽을 땐 ‘간... 지읒... 아, 그 뒤론 모르겠다’가 되고,

달팽이’를 읽을 땐 ‘달해? 달태? 달패?’ 이러고 있고, (ㅌ, ㅍ, ㅎ 세 개가 너무 헷갈린다.)

비밀’이나 ‘무화과’도 딱 첫 음절까지 읽고서 포기했다.


포기한 지점을 보면 ‘ㅣ’, ‘ㅇ 받침’, ‘ㅁ’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은, 충분히 알고 있는 점자인데도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아직 어디서 어디까지를 한 단위로 묶어 분절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눈 감고 점자 읽기가 생각보다 아직 힘든 일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처음이라 그런가,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손끝으로 읽는 건데도 왠지 숨소리가 생각에 방해되는 느낌이 들어서 엄청 긴장하면서 숨을 참게 되고 체력소모가 심했다. 그래서 아주 많이 연습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짬이 날 때 조금씩 연습해서 언젠가 이 책만큼은 술술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점자 말고 내용을 외워 버리면 그것도 곤란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러고 보니 점자 얘기만 하느라 책에 실린 동시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말하지 못했는데, 어차피 나는 문학을 잘 모른다. 순수한 학생들이 좋은 마음으로 고른 동시이니 다 좋은 내용이 아닐까!ㅎ


한참 전에 쓰려던 내용인데 이래저래 바빠 이제야 업로드하게 되었다. 새해 다들 행복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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