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đi와 차용어음운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폰을 보니 이런 알림이 떠 있었다.
알림에 등장하는 두 사람과 관련해 블로그에 써 둘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좀 적어 본다.
2017년 8월에 나는 베트남 하노이에 있었다.
당시 하노이 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학 어학당(맞나)에서 알게 된 사람이 몇 명 있었다.
- 미국인 인류학 박사과정생(베트남수어 셋 중 하나와 미국수어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당시의 나는 수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 미국인 역사학 박사과정생,
- 내가 나온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하시고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던 선배님 한 분,
- 모 대기업에서 하노이 주재원으로 파견 나오신 분
거기에 나까지 네다섯 명이서 한동안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그 멤버로 가끔 밥을 같이 먹는다든지 그랬다.
우리가 가장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였기 때문에 주로 영어로 이야기했다.
미국인 두 명 중 한 명의 이름은 Maddie였다.
https://en.m.wiktionary.org/wiki/Maddie
한국인 선배님은 가끔 이 사람을 ‘Mary’라고 잘못 부르셨다.
(어쩌면 딱 한 번인데 내가 유독 기억하고 있는 걸지도)
- 영어 /d/ 가 모음 사이에서 탄음화되고,
- 탄음이라는 변이음은 한국어 /ㄹ/의 모음 사이 변이음과 같으니까 /ㄹ/로 인식이 되는데,
(Maddie는 한국인 귀에 ‘매리’처럼 들림)
- (차용 등의 상황에서) 영어 자음 중 한국어 /ㄹ/의 모음 사이 변이음에 주로 대응하는 것은 /r/이니까,
- Mary구나! 하고 오해를 하셨던 모양이다.
Hyperforeignism에 관한 글에서 일본인이 'check it out'을 ‘체키라웃’이라고 발음하면 원어에 충분히 가까울 걸 괜히 ‘체키롸웃’이라고 발음해서 이상해지는 사례를 소개했는데 그와 유사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근데 이게 다가 아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하도 많이 지나서 선후관계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Maddie란 사람의 베트남 친구가 이 사람을 베트남어 발음으로 Ma-đi라고 부르던 게 생각나고,
(한국인 귀에는 ‘마리’처럼 들림)
한국인 선배님이 Maddie를 Mary라고 불렀던 게 그것과 무관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또 다시 생각해 보니 Maddie의 그 베트남 친구는 한국인 선배님하곤 모르는 사이였던 거 같다.
아니면 어학당 강사의 발음이 영향을 줬을지도.
어학당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진행하던 베트남인 강사는 이 사람을 'Ma-đi'라고 불렀을 것이다.
한국인 선배님 귀에 그게 ‘마리’처럼 들리니까 위와 같은 오해가 생겼던 게 아닐까 싶다.
이 모임에서 미국인 한 분이 들려준 재밌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다음에
(사회언어학)
출근길 전철버스 30분만에 후다닥쓰기 성공
(전에 네이버에 올렸던 걸 다시 올리는 건데, 생각해 보니 이 글에 나오는 한국인 선배님을 어느 성탄절 날 아주 우연히 한국에서 다시 마주친 적이 있었다. 성탄절 업로드를 의도한 건 아닌데 공교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