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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오 김 Jul 09. 2023

<미움받을 용기> 4개 언어 비교

한자 문화권 언어의 좌횡서와 우종서, 어휘 비교

한 달 전쯤, 네이버 블로그의 서로이웃 외국어멘토 님께서 <미움받을 용기>의 중국어 번역본을 필사하시는 걸 보고 갑자기 북 호더의 기질이 발동하여, <미움받을 용기>의 중국어 번역본을 (중국 대륙판과 대만판을 각각 한 권씩) 구매해 버렸다.


다행히 저렴한 중고책을 찾아서, 두 권 합쳐 15,000원도 안 주고 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 대륙판, 대만판, 일본 원서와 한국판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군대에 있을 때 어딘가에 꽂혀 있던 <미움받을 용기> 한국어판을 읽고 일본어 원서도 구매해 뒀던 터라, 어쩌다 보니 같은 책을 4권 소장하게 된 셈이다.


원래 중국어판을 구매하려던 건 중국어 독해 연습도 할 겸 몇 가지 언어적인 차이들(한자어 구성 등)을 구경해 보고 싶어서였는데, 막상 받아 보니 준언어적(?)인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1. 좌철과 우철, 좌횡서와 우종서

일본어판과 중국어판 <미움받을 용기> 책의 준언어적 차이점이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책을 읽고 넘기는 방향이다.


용어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자.

우선 책을 묶는 위치에 따른 구분이 있다.

페이지의 왼쪽을 묶어서 책을 만드는 걸 ‘좌철’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책은 거의 다 좌철이다


페이지의 오른쪽을 묶어서 책을 만들면 ‘우철’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출판되는 책은 상당수가 우철



글자를 써가는 방향도 다르다.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처럼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고(‘좌_서’) 위에서 아래로 줄바꿈(행갈이, 개행)하는 방식(‘횡서’, ‘가로쓰기’), 즉 ‘좌횡서’가 가장 익숙하지만,

좌횡서로 적힌 「한국수화언어법」제1장제1조


우철로 된 일본 책은 대부분 글을 위에서 아래로 쓰고(‘종서’, ‘세로쓰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우_서’) 줄바꿈하는 방식, 즉 ‘우종서’로 되어 있다. 이러한 우종서는 동아시아 전통의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옛 문헌들도 거의 다 우종서로 되어 있다.

우종서로 적힌 「한국수화언어법」 제1장제1조

(아래아 한글에서 세로쓰기 모드를 선택하면 구두점도 자동으로 바뀌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나오는 책이 대개 우종서로 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움받을 용기>의 일본어 원서를 구매했을 때는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미움받을 용기> 일본어 원서는 우철에 우종서


<미움받을 용기> 대만판을 구매하고 보니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우종서에 우철로 되어 있어서 놀랐다.

<미움받을 용기> 대만판 또한 우철에 우종서로 되어 있다


중국 대륙에서 나온 번역본은 우리나라 책과 마찬가지로 좌철에 좌횡서로 되어 있다.

중국 대륙판은 우리에게 익숙한 좌철 좌횡서


이상의 사진 세 장은 내용상 같은 부분이니 각각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특히 같은 Mandarin 중국어이더라도 대륙과 대만에서 각각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대만과 홍콩에서 오래 거주하신 언어학자 분께 여쭤보니, 중국 대륙은 좌철 좌횡서가 일반적인 반면 대만과 홍콩에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철 우종서로 된 책이 많다고 하셨다.



2. 어휘 비교, 한자어 비교


중국어판 <미움받을 용기>를 보다 보니, 나의 애증어린 전공 언어인 베트남어판 번역본도 궁금해졌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을 [관형절('미움받을')+명사('용기')] 구성의 명사구로 직역한 한국어나 중국어 번역본과는 달리,

베트남어 번역본의 제목은 Dám bị ghét, 즉 'dare to be hated'와 같은 의미의 동사구로 번역되어 있었다.


아래는 주로 눈에 띄었던 어휘의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한자어 위주로 정리하였으나, 일부 언어의 일부 어휘는 비-한자어로 되어 있다.


일본어 원서: 哲人('철인')

국어 번역: 철학자

대만 번역: 哲學家('철학가')

중국 대륙 번역: 哲人('철인')

베트남어 번역: triết gia(哲家, '철가')


일본어 원서: 青年('청년')

국어 번역: 청년

대만 번역: 年輕人('연경인', '젊은 사람')

중국 대륙 번역: 青年('청년')

베트남어 번역: chàng thanh niên (...靑年. chàng은 고유어로 '젊은 남자')

+ chàng

- an admirable/lovable young/young adult man (영어 윅셔너리)

- Người đàn ông trẻ tuổi có vẻ đáng mến, đáng yêu. (베트남어 윅셔너리)


일본어 원서: 承認欲求 ('승인욕구')

국어 번역: 인정욕구

대만 번역: 認同的需求 ('인동적수구')

중국 대륙 번역: 认可欲求 ('인가욕구')

베트남어 번역: nhu cầu được thừa nhận (需求 ... 承認, '수구 ... 승인'

được은 긍정적 의미의 수동태 표지)


일본어 원서: 対人関係 ('대인관계')

국어 번역: 인간관계

대만 번역: 人際關係 ('인제관계')

중국 대륙 번역: 人际关系 ('인제관계')

베트남어 번역: mối quan hệ giữa người ('사람 사이의 관계' quan hệ는 '관계'라는 한자어, 나머지는 모두 고유어)

'인제관계'는 나한테 낯선 말이지만 '국제(international)'나 '학제(interdisciplinary)'를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된다.


일본어 원서: 共同体感覚 ('공동체감각')

국어 번역: 공동체감각

대만 번역: 社會意識 ('사회의식')

중국 대륙 번역: 共同体感觉 ('공동체감각')

베트남어 번역: cảm thức cộng đồng (感識共同, '감식공동')


일본어 원서: ニヒリズム ('니힐리즘')

국어 번역: 허무주의

대만 번역: 虛無主義 ('허무주의')

중국 대륙 번역: 虚无主义 ('허무주의')

베트남어 번역: chủ nghĩa hư vô (主義虛無, '주의허무')


일본어 원서: フロイト ('프로이트')

국어 번역: 프로이트

대만 번역: 佛洛伊德

중국 대륙 번역: 弗洛伊德

베트남어 번역: Freud (베트남어 음운론에 따라 읽을 텐데, 실제 발음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어 원서: トラウマ ('트라우마')

국어 번역: 트라우마

대만 번역: 心理創傷 ('심리창상')

중국 대륙 번역: 心理创伤 ('심리창상')

베트남어 번역: sang chấn tâm lý (tâm lý는 心理인데, sang chấn은 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목차에 나오는 소제목 몇 개를 비교해 보고 마치도록 하겠다.


참고로 중국(대륙)판 번역본의 소제목은 상당히 의역되거나 아니면 아예 전혀 다른 것으로 새로 만들어진 게 많았다.


              한국: 인정욕구를 부정하라            

              일본: 承認欲求を否定する            

              대만: 否定「認同的需求」            

              중국(대륙): 自由就是不再寻求认可? ('자유란 더 이상 인정을 추구하지 않는 것?')            

              베트남: Phủ định nhu cầu được thừa nhận            


              한국: 인간관계의 목표는 '공동체 감각'을 향한 것            

              일본: 対人関係のゴールは「共同体感覚」            

              대만: 人際關係的終極目標在於「社會意識」            

              중국(대륙): 人际关系的终极目标            

              베트남: Mục đích của mối quan hệ giữa người với người là "cảm thức cộng đồng"           

              한국: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다            

              일본: 人生は他者との競争ではない            

              대만: 人生並不是與他人的競賽            

              중국(대륙): 人生不是与他人的比赛            

              베트남: Đời không phải là cuộc cạnh tranh với người khác            


              한국: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일본: すべての悩みは「対人関係の悩み」である            

              대만: 所有煩惱都是「人際關係的煩惱」            

              중국(대륙): 一切烦恼都是人际关系的烦恼            

              베트남: Mọi phiền muộn đều bắt nguồn từ quan hệ giữa người với người            


              한국: 평범해질 용기            

              일본: 普通であることの勇気            

              대만: 甘於平凡的勇氣            

              중국(대륙): 甘于平凡的勇气            

              베트남: Dám bình thường            


              한국: 자랑하는 사람은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            

              일본: 自慢する人は、劣等感を感じている            

              대만: 自傲的人,同時也感到自卑            

              중국(대륙): 越自负的人越自卑            

              베트남: Người nào phô trương, kẻ đó tự ti            

대만판에서는 感(느낄 감) 자의 모양이 다른 것도 재미있다. 心 자가 밑에 넓게 퍼져 있는 게 아니라 口자 밑에 조그맣게 끼워져 있는 모습이다. 어딘가에서 대만식 한자는 그렇다고 어렴풋이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직접 보니 신기했다.

대만, 중국 대륙, 일본의 感자 모양


              한국: 자기긍정이 아닌 자기수용을 하라            

              일본: 自己肯定ではなく、自己受容            

              대만: 不是肯定自我,而是接納自我            

              중국(대륙): 不是肯定自我,而是接纳自我            

              베트남: Không phải khẳng định bản thân mà là chấp nhận bản thâ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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