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글리시(YouGlish)로 엿보는 hyperforeignism
요새 가끔 유튜브로 영어권 뉴스를 보다 보니 'Beijing'이라는 단어의 발음에서 좀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어권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대부분 Beijing의 'j'를 마치 불어의 'j'처럼 마찰음으로 (ʒ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
후술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한데,
우선 원래 영어에서 /ʒ/가 매우, 아니 가장 드문 자음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Beijing의 원어(중국어) 발음에서도 'j'는 마찰음이 아니라 파찰음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영어 발음으로 하는 편이 차라리 원어에 가깝다는 말)
우선 Beijing을 이렇게 발음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Youtube) 동영상에서 외국어 단어의 용례를 자동으로 찾아서 직접 발음을 들어 볼 수 있게 해 주는 사이트 'YouGlish'에서 'Beijing'을 검색해 들어 보겠다.
이 영상의 영어 화자는 Beijing의 'j'를 마치 불어처럼 마찰음 /ʒ/로 발음하고 있다.
평범한(?) 영어 j 발음하고는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질 것이다.
드물게도 Beijing을 평범하게(?),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는 사례와 비교해 보자.
위 영상의 'Beijing' 발음이 파찰음 /ʤ/의 발음이다.
토니 블링컨도 Beijing의 'j'를 불어스럽게 마찰음으로 발음한다.
총 7,009개의 용례가 검색되었는데 우선 30개만 빠르게 들어 보니,
무려 19개의 영상에서 마찰음 /ʒ/가 들렸고
평범한(?) 영어 발음이자 더 원어에 가까운 발음인 파찰음 /ʤ/는 겨우 11개 영상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발음이 이렇게나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논하기 전에 이 이상함을 더 깊이 음미해 보자.
이것이 과연 정말 얼마나 이상한 일이냐면...
1. 원래 영어에서 /ʒ/는 압도적으로 가장 드문 자음이다.
영어에 유성마찰음 /ʒ/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vision, usual, pleasure, genre 등)
그러나 영어 /ʒ/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자음인 것도 결코 아니다.
+ 한국인 영어 학습자로서는 vision, usual, pleasure, genre 등을 발음할 때 파찰음 /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파찰음'같은 말 쓰지 마셈")
내 막연한 느낌에도 영어에 /ʒ/는 정말 드물어 보였지만,
조금 검색해 보니 실제로 영어의 자음 중에 거의 압도적으로 가장 드문 소리가 /ʒ/라고 한다.[1]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자음 1~2등을 차지하는 /n/, /t/ 등과 비교하면 그 빈도는 거의 100~200배 넘게 차이가 나고,
상당히 후순위에 속하는 파찰음 /ʤ/와 비교해도 연구에 따라 8배~16배 차이가 난다.
영어에서는 파찰음 /ʤ/가 마찰음 /ʒ/에 비해 10배 정도 더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맨 밑의 링크 참조)
따라서,
만약 우리가
'j' 글자를 써서 대충 영어스러워 보이는 가짜 단어를 만든 다음
(이를테면 *rejayhoop)
그 단어를 영어 원어민에게 보여주고 읽어 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은 'j'를 파찰음 /ʤ/로 읽을 것이다. (뭐, 정말 실험해 보기 전까진 모를 일이지만...)
같은 이유로,
어떤 영어 원어민이 Beijing이라는 외국 지명을 처음 접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beɪˈd͡ʒɪŋ/처럼 ⟨j⟩를 파찰음 /ʤ/로 발음할 거라고 예측하는 편이 평범하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어 사용자들은 도대체 왜,
그런 자연스러움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심지어 영어에서 가장 드물다는 /ʒ/ 발음으로
굳이굳이 'Beijing'을 이상하게 발음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잠깐만 중국어 이야기를 아주 간단히 해 보자.
2. 중국어 원어 발음으로도 北京běijīng의 'j'는 파찰음이다.
('평범한' 영어 발음이 차라리 더 원어에 가깝다.)
Bejing의 원어인 중국어 '北京běijīng'의 발음에서도 병음 ⟨j⟩로 적히는 자음 /t͡ɕ/는 마찰음이 아니라 파찰음이다.[2]
YouGlish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의 Youtube 영상 용례를 검색해서 들어 볼 수 있다.
(한국어도 지원하니까 언어학, 국어학 연구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즉흥 발화에서 발음하는 北京běijīng은 너무 빨라서 ⟨j⟩가 마찰음인지 파찰음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여기에는 forvo에 올라와 있는 원어민 음성 링크를 대신 넣는다.
(맨 위에는 민남어 발음이 나오고, 스크롤을 조금 내리면 나오는 게 표준 중국어Mandarin 발음이다.)
직접 들어 보면 ʒ보다는 ʤ가 원어의 'j' 발음에 더 가깝다는 점이 느껴질 것이다.[3]
(월운 님께서 언어학 카톡방을 통해 북경의 원어 발음을 [peɪ̯²¹ dʑi(ə)ŋ⁵⁵]으로 확인해 주셨다. dʑ는 ʤ처럼 유성 파찰음이고 다만 발음되는 위치가 조금 다를 뿐이다.)
이제 드디어, 영어 원어민들이 Beijing을 왜 그렇게 이상하게 발음하는지 이야기해 보자.
3. 영어 원어민들이 Beijing을 이상하게 발음하는 이유 - 'Hyperforeign pronunciation'
드디어 본론이다.
영어 화자들은 왜 Beijing을 불어처럼 발음하는 걸까?
(이하의 내용은 뇌피셜에 주의하며 읽어 주시고, 오류는 자유롭게 지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 1. 원래 영어에서 /ʒ/는 압도적으로 가장 드문 자음이다.에서
/ʒ/를 포함하는 영어 단어의 예로 'genre'를 들었다.
한국어 '장르'를 보면 눈치챌 수 있듯이, 'genre'는 불어에서 들어온 차용어(loanword)이다.[4]
현대 프랑스어에는 파찰음이 없다.
프랑스어의 ⟨j⟩, ⟨g⟩ 등은 전부 파찰음 [ʤ]가 아니라 마찰음 [ʒ]으로 발음되는 글자들이다.
(⟨g⟩의 경우 물론, /g/로 읽지 않는 환경에서)
따라서 불어에서 영어로 넘어온 'genre'에서는 ⟨g⟩를 평범하게 파찰음으로 읽지 않고,
원어 발음을 따라 마찰음 [ʒ]로 읽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영어에 이런 식으로 원어의 마찰음 [ʒ] 발음이 보존되는 불어 차용어가 꽤 많은가 보다.[5]
그러한 차용어들, 'genre' 등의 [ʒ] 발음은 영어 원어민들이 듣기에도,
영어답게 느껴지기보다는 일종의 '외국어스러움'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 '외국어스러움'이 중요하다.
어쩌면,
'genre'를 영어처럼 [ʤ]로 발음하는 미국인/영국인 등에게,
'넌 촌스럽게 [ʤɑnɹə]가 뭐니? 프랑스어는(외국어는) 우아하게 [ʒɑnɹə]라고 발음해야지.'
라고 누군가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대 한국어에서 '팩트(fact)'를 발음할 때 [팩트]라고 하기보다 [fㅐㄱ트]라고 발음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삶이 고단한 우리 영어 원어민들이,
무슨 단어가 프랑스어에서 왔는지 일본어에서 왔는지, 그 프랑스어 발음이 [ʒ]인지 [ʤ]인지,
그런 걸 일일이 어떻게 신경쓰고 있겠는가?
그냥 뭐든 외래어다 싶으면, 영어가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영어 안 같게, 외국어스럽게 발음하는 편이 속 편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원래 'genre' 등의 [ʒ] 발음은 다른 게 아니라 오로지 불어의 특징 때문에 보존되는 것이지만,
영어 원어민들은 어느샌가 원어가 어떤 언어인지는 신경쓰지 않고, 그냥 '[ʒ] 발음 자체'가 '외국어다운 것'이라는 느낌을 가져 버렸을 것이다.
뭐가 불어고 뭐가 중국어인지,
무슨 단어의 원어 발음이 [ʒ]이고 무슨 단어의 원어 발음이 [ʤ]인지 일일이 따질 수 없는 영어 화자들은,
'외래어의 ⟨j⟩는 평범하게 파찰음 [ʤ]로 읽는 게 아니라 멋지게(?) 마찰음 [ʒ]로 읽는 거야'
'원어가 불어든 중국어든 뭐든, 외래어는 마찰음 [ʒ]로 발음하는 게 원어에 더 가깝고 옳은 발음이야'
라는,
외국어스러움에 대해 과도한 일반화(overgeneralization)를 해 버렸...을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러시아어 차용어에서 ⟨zh⟩로 적히는 마찰음 [ʐ]가 또한 기여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외래어라면 그 원어 발음이 [ʒ]이든 [ʤ]이든 상관없이 그냥 최대한 '외국어스럽게' [ʒ]로 발음하는 경향성,
아마도 Beijing 또한 그 피해자(?)일 것이다.
이 글의 독자 분들 중에 이 블로그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주신 분이 계시다면,
이상의 설명을 읽고서 아마 아래의 글이 떠올랐을 것이다.
https://brunch.co.kr/@saokim/35
주어 자리의 'you and me'가 자꾸 틀렸다고 지적을 받으니
그냥 모든 'you and me'를 'you and I'로 고치는 바람에,
'between you and I'라는 형태를 만들어 버리는 과도교정(hypercorrection).
Beijing의 마찰음 발음 또한 바로 이 과도교정의 사례이다.
Wiktionary에서는 마찰음을 사용하는 발음에 대해 위와 같이 'hyperforeign'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것은 hypercorrection의 하위 유형인 'hyperforeignism'을 가리키는 것인데,
특히 외래어의 발음에 대한 과도교정을 'hyperforeignism'이라고 하는 듯하다.
(한국어 번역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어로는 '과도외어화过度外语化' 즉 '과도한 외국어화'라고 번역하는 듯.)
https://en.wikipedia.org/wiki/Hyperforeignism
읽어 보면 이 글에서 다루는 Beijing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재미있는 사례가 많다.
스페인어의 'habanero'는 원어에서도 'habanero(아바네로)'인데,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들어가는 외래어 중에 예상치 못하게 ñ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하도 많다 보니,
habanero도 그냥 *habañero(아바녜로)처럼 발음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스페인어에 없는 어형이라는 뜻으로 *를 썼다. 기술문법적으로 영어에는 있는 어형이라고 해도 될 듯.)
우리말에서 대표적인 hyperforeignism의 예를 들자면 역시 'f'일 것이다.
위에서도 '팩트(fact)'를 잠깐 언급했지만, 원어에서도 양순음인 '파리(Paris)'를 순치음으로 'fㅏ리'처럼 발음하는 것이 그러한 사례다.
약간 복잡한 음운론 사전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래의 사례 또한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 영어의 /r/ ( /ɹ̠ʷ/ )는 한국어 /ㄹ/과 유사한 것으로 여겨지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방언에서 /r/의 음성적 실현은 한국어의 /ㄹ/과 전혀 다르다. (다만 영국 방언 일부는 /r/을 한국어 /ㄹ/과 매우 흡사하게 실현시키기도 한다.)
+ 한국인 영어 학습자는 영어 'r'을 한국어 /ㄹ/처럼 발음했다가 지적당하는 경험을 하기 쉽다.
- 영어의 /t/는 일부 환경에서 탄음 [ɾ]로 발음된다. (tapping 혹은 flapping이라고 한다.)
+ 이 [ɾ] 발음은 한국어의 '알아' 등에 등장하는 /ㄹ/의 발음과 똑같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일부 한국인 학습자는,
'영어의 't'는 'r'처럼 소리날 때가 있구나!'라는 오해를 하고,
pretty 등의 단어를 '프리뤼'처럼 발음하기도 한다.
이 또한 'ㄹ스러운 것'을 'r스러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hyperforeignism의 한 예이다.
일본인 영어 학습자에서도 이렇게 탄음화되는 t와 r의 혼동이 있다. 아래 영상에서 느낄 수 있다.
(시청시 볼륨을 낮출 것)
'Check it out'을 '체키라웃'이라고 발음하면 영어 발음에 충분히 가까울 걸 굳이 '체키롸웃'처럼 발음해서
(탄음화된 t를 /r/처럼 과도교정해서) 오히려 영어 발음에서 멀어진 케이스다.
[1]
Rebecca E. Hayden (1950) The Relative Frequency of Phonemes in General American English, WORD, 6:3, 217-223
https://www.tandfonline.com/doi/pdf/10.1080/00437956.1950.11659381
이상 이미지 Hayden(1950: 220-221)
https://thelanguagenerds.com/2019/most-common-sounds-in-spoken-english/#google_vignette
+ 참고로, 범위를 전세계 모든 언어로 넓혀서 파찰음 [ʤ]와 마찰음 [ʒ]가 음소로서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언어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ʤ/는 세계 언어 중 약 27%에서 나타나는 반면,
/ʒ/는 세계 언어 중 약 16%의 언어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음운론의 언어유형론 데이터베이스 phoible을 참조하였다.)
https://phoible.org/parameters
[2] 영어 위키백과의 Standard Chinese Phonology 문서에 따르면 /t͡ɕ/( 및 그와 조음 위치가 같은 자음들)는 고모음 /i, y/이나 활음 /j ɥ/ 앞에만 등장하기 때문에 /t͡s/ ⟨z⟩, /k/ ⟨g⟩, /ʈ͡ʂ/ ⟨zh⟩와 상보적 분포를 이루고, 따라서 독립된 음소가 아니라고 분석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유무성음 문제 때문에 (北京의 ⟨j⟩가 늘 무성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 듯하기 때문에) 서술의 편의상 t͡ɕ에 [ ]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 / 기호를 사용하였으나, t͡ɕ 계열을 독립된 음소로 간주할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3] t͡ɕ는 무성음 기호지만,( 내 인상으로는, ) 중국어의 /t͡ɕ/ ⟨j⟩는 몇몇 환경에서 유성음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무기무성 장애음 계열이 다 그러는 것 같다.) 중국어 음운론을 배운 적이 없어서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 (월운 님께서 언어학 카톡방을 통해 북경의 원어 발음을 [peɪ̯²¹ dʑi(ə)ŋ⁵⁵]으로 확인해 주셨다.)
[4] wiktionary에서는 'genre'를 특별히 'unadapted borrowing'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사실 genre의 발음이 전체적으로 영어치고는 좀 이상하다.
⟨g⟩가 마찰음으로 발음되는 것도 그렇지만,
⟨en⟩이 /ɑn/이라니?
이런 경우는 (마찬가지로 불어 차용어인) entrepreneur 같은 단어 말고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렇게 어떤 언어로 차용될 때 도착 언어의 (음운) 규칙에 따라 수정되지 않고 원어의 규칙을 그대로 유지하는 차용어를 unadapted borrowing이라고 한다.
영어에 불어 차용어가 매우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영어 음운규칙에 따라 적절히 바뀐 단어들이고, 본문에서 말하는 '원어 발음을 유지하는' unadapted borrowing들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아마 현대 인명이 대부분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일어의 Restaurant이나 Orange 같은 명사들 또한 (윅셔너리에서 unadapted borrowing이라고 표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러한 예로 보인다.
https://en.wiktionary.org/wiki/Appendix:Glossary#unadapted_borrowing
[5] 불어의 unadapted borrowing이 영어 화자들에게 'loanword는 파찰음 [ʤ]가 아니라 마찰음 [ʒ]으로 읽는 거야'라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Beijing도 그런 인식의 피해자(?)라는 것이 본문의 주장이므로,
"불어의 마찰음 [ʒ]가 보존되는 unadapted borrowing이 영어에 꽤 많을 것"이라는 추측은 본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서 꽤 핵심적인 사실관계인데,
아쉽게도 막상 이 지점에 대해서는 당장 접근 가능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그러나 최근의 영어 화자들은 외국인의 이름을 읽을 때 가급적 원어 발음에 가깝게 읽으려는 노력을 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런 경향이 있는 게 맞다면 현대 프랑스의 고유명사는 대부분 unadapted borrowing이 될 것이다.
글감만 몇 달 전에 생각해 뒀다가 바빠서 못 건드렸는데 오늘 계기가 되어서 마무리했다.
금방 끝날 줄 알고 창을 열었는데 무려 4시간을 꼬박 썼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우 바쁜 시기라... 블로그를 4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건 좀 잘못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블로그 업로드를 좀 자제해야 할 듯.
한편 (늘 그러듯이)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자료조사도 많이 하고 내용도 좀 많아졌는데 나는 재미있었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지도... 언젠가 영상 형태로 담아 볼까 싶기도 하다.
+ 써 놓고 보니 내 블로그 글 패턴이 좀 보인다.
그뭔스러운 언어학 얘기 잔뜩 ->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음? 설명 한움큼으로 이상함 강제 주입
-> 사실 안 이상함ㅇㅇ 다 언어학 원리가 있음 이라며 설명 두움큼 더
('두 움큼'은 써 놓고 보니 되게 어색하다. 의존명사 '움큼'은 이미 '한움큼'으로 완전히 덩어리져 녹아들어 버린 걸까)
('움큼'을 세 번 쓰고 나니 심각한 게슈탈트 붕괴가 찾아온다.)
+++ 이 글을 올리고 나서 알게 됐는데, 아래 sleepy_wug 님의 티스토리 글에 인용된 언어학자들의 SNS 대화를 보면 본문에서 다룬 현상과 개념들이 등장한다. 본문에서 이야기했던 빈도 문제도 언급되고, 'hyperforeignization'에 대해 'hypercorrection for the purpose of sounding more foreign and thus more sophisticated(?)'이라는 설명이 있는 게 본문의 흐름하고 비슷한 거 같아서 괜히 뿌듯하다.ㅋㅋ (해당 댓글은 역사언어학 개론서 저자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Lyle Campbell이 쓴 것..!)
어떤 언어에 새로운 음소가 도입되면 그 음소를 자꾸 여기저기 사용하려 하는 경향성을 가리키는 'pigeonhole principle'이라는 개념도 언급되고 있다.
https://linguisting.tistory.com/20#[음소_차용과_특정_음소에_대한_편견(?)]
지적과 교정의 댓글, 응원과 격려의 댓글, 모든 댓글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