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편지

#6 연습 중인 어른입니다

by 샤이보이

" 너는 멈추면 안 되는 상어라고 했지."


어느 날, 나를 잘 아는 지인이 말했다.

"넌 상어 같아. 상어는 멈추면 죽는 동물이거든."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 깊숙이 박혔다.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나는 멈추는 걸 두려워하고, 쉬는 걸 불안해나는 사람이니까.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움직이고 있었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당장 앞에 있는 일 하나를 끝내면 곧장 다음을 향해 간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또 다른 방향을 찾아 나선다.

마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나는 거대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빠른 상어가 아니다.

작고 느린, 어쩌면 자주 길을 잃는 상어에 가깝다.

가끔은 바닷속에서 너무 멀리 나와버린 건 아닐까 싶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은 너무 뻔하지만,

그 뻔한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날들이 있다.


쉼 없이 움직이되,

그 안에서 '왜' 움직이지는 지를 잃지 않으려 한다.

내가 향하는 방향이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바다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지를 자꾸만 묻는다.


사실 나는 느리다.

스스로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남들은 몇 걸음 만에 끝낼 일을

나는 며칠이고 고민하며,

불안에 휩싸였다가 겨우 한 걸음 나아간다.


그런 나를 달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되짚고,

지금 여기의 나를 붙잡아 앉힌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그 말을 해줄 누군가가 없을지라도,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오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아직도 바다 위에서 방향을 찾고 있는 너에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 느려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으면 돼."


지금 이 바다는 널 삼키지 않을 거야.

네가 계속 헤엄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알아.

결국엔 너는,

너만의 속도로 목적지에 닿을 거라는 걸.

오늘도 수고했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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