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부부의 일기장_ Ep02
너희들은 어때?
결혼 3년 차 정도 되면 말이야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무덤덤해질 것이라 생각했어
어제 경북권에 눈이 진짜 말도 안 되게 쏟아졌잖아.
지방이라 눈 구경하기 힘든 곳인데 온 세상이 겨울왕국이 됐더라고,
어릴 땐 마냥 좋았겠지만,
이제는 "아 내일 출근길 운전 어쩌지?" 걱정부터 앞서는 영락없는 어른이가 됐지 뭐야..
결국 차는 회사에 두고 퇴근길에 지하철에 몸을 실었어.
버스보다 훨씬 돌아가지만 안전이 제일이니까
나는 일상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자는 주의라
웬만한 지하철 계단은 항상 뛰어 올라가거든,
그렇게 숨 가쁘게 지상으로 올라와서,
'아, 미끄럽네' 하며 눈길을 조심스럽게 딛고 있었어.
근데 저 멀리서 웬 사람이 미끄러질지도 모르는데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는 거야.
'아니, 이 야밤에 뭐가 그렇게 신나서 저렇게 뛰나..' 생각하며
내 갈 길을 가려는데, 실루엣이 가까워질수록 눈이 커졌어.
세상에! 다름 아닌 '토마토'였어
보고 싶어서 마중 나왔대, 그 한마디에 내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더라고,
이게 결혼 3년 차 신혼부부의 낭만인가 싶어서 내심 뿌듯했지.
사실 집 가서 빨리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 생각뿐이었는데,
그 얼굴 보자마자 에너지가 확 샘솟는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툭 던졌지. '우리 오늘 가볍게 맥주 한 잔만 하고 잘까?'
집으로 향하는 그 하얀 길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미끄러워도 나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건지 다시금 깨달았어.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가 누군가의 더 큰 버팀목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되더라고,
오늘도 내 하루는 토마토 덕분에 상큼하게 마무리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