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가 들어온 날, "주량 계약서"를 썼다.

딩크부부의 일기장_EP03.

by 샤이보이

"너네들은 배우자랑 제일 크게 싸울 때가 언제야? 대단한 사건 같지? 아니더라고.."


우리 토마토부부는, 소박하게 원룸에서 시작해서 투룸 거쳐 지금 아파트로 오기까지

참 열심히 살았거든.


작년에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성했는데,

사실 신혼가구 살 돈이 넉넉지 않았어.

정말 냉장고, 세탁기, 침대 등 딱 필요한 것만 두고 살았지.

덕분에 우리 집 거실은 1년 동안 모델하우스마냥 텅 비어 있었어.


그러다 큰맘 먹고 아담한 소파 하나를 들였어.

얼마나 설레던지!

소파 설치 기념으로 '토마토'랑 맥주 한 잔을 시작했지.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홀짝이다 ㅂ니 맥주 캔은 쌓여가고, 기분은 한껏 올라갔어.


그런데 참 희한하지,

싸움은 항상 이런 사소한 틈을 타고 들어오더라고,

토마토는 내일 출근도 있고 피곤하니 이제 그만 마시자고 했고,

나는 딱 한 캠 남은 게 아까워서 그것만 먹고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결국 토마토가 씻으러 간 사이,

나는 보란 듯이 그 맥주 캔을 '치익-'하고 따버렸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 작은 스파크가 자존심 싸움이라는 큰 불로 번지더라고,

결국 화해도 못 한 채 냉전 상태로 잠을 청했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 싸늘한 공기란.. 출근 전까지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겨우 화해를 했지.


그날 이후, 우리에겐 아주 작고 귀여운 규칙이 하나 생겼어.

'술 마시기 전, 몇 시까지 마실지 그리고 딱 몇 캔만 마실지 미리 약속하기.'


돌이켜보니, 후회가 많이 남더라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 자존심을 내세웠을까?

내 마음은 아직 참 미성숙하는구나 싶었지.


행복 지는 것도 운동이랑 똑같더라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사소한 배려와 베풂이라는 '노력'이 필요해.

우리는 오늘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 실전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


너네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고 있진 않아?

참 그 한 캔이 뭐라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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