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자는 나였는데, 주인공이 바뀌어버렸다.

딩크부부의 일기장_EP01.

by 샤이보이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알아?

진짜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형식적인 흐름으로 만남을 가졌던 건 아니야.


우리의 시작은 땀 냄새 가득한 헬스장이었어.

나는 트레이너였고, 그 사람은 내 회원이었지.

사실 처음엔 연애 감정 같은 거 1도 없었어..

심지어 그때 우리 둘 다 각자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


수업 횟수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연애고민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지/

"아, 내 남자친구가 이래요."

"제 여자친구는 그게 고민이에요"하면서 말이야.


그 회원은 정말 독한 사람이었어.

내가 짜준 식단이랑 운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 지키더라고,

덕분에 다이어트 효과는 대박이 났지.


그렇게 6개월쯤 지났을까?

나도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마음 정리가 다 된 상태였는데,

문득 이 회원님이라면 정말 괜찮은 사람을 알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슬쩍 던졌지..

"회원님 저.. 참한 여성분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그랬더니 이 회원님이 눈을 반짝이며 자기 직장 동료 중에

정말 괜찮은 친구가 있다는 거야,

나랑 나이도 동갑이고 성격도 딱 맞을 것 같다면서,


나야 고맙지!

근데 내가 또 은근히 낯을 가리거든..

첫 만남이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

회원님한테 부탁했어.

"혼자 나가기 쑥스러우니까 같이 나와서 분위기 좀 잡아주세요.."라고


그렇게 결전의 날,

우리 셋은 술자리에 마주 앉았어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묘하게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데..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더라.


소개팅녀랑은 대화가 이어질수록 자꾸 삐걱거리는데,

옆에서 분위기 띄워주던 주선자(회원님)랑은 말이 너무 잘 통하는 거야!

소개팅녀랑은 불협화음인데,

회원님이랑은 환상의 화음이 쌓이는 기분이랄까?


분명 소개받으러 나간 자리였는데,

내 신경은 온통 옆에 앉은 주선자한테 쏠려 있었지.

그날 술자리가 끝날 때쯤 직감했어.

아, 오늘 주인공은 이 여자가 아니구나.


그날 이후로 우리의 시간은 아주 진하게 농축되기 시작했어.

헬스장 밖에서 만나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결국 연인이 됐지.


아, 이제 그 사람을 "토마토"라고 부를게.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신기하게 토마토의 그 동그랗고 귀여운 모양은 미치게 좋아하거든,

토마토 휴대폰 배경화면도 온통 토마토로 도배되어 있어.


우리의 시작은 운동이었지만,

우리의 결말은 결국 사랑이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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