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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녀 Mar 15. 2021

요즘 나의 절친, 아홉 살 아들

보들보들한 볼살, 마스크 자국대로 봄볕에 타고 또 하얗게 남아 있는 희한한 얼굴, 수박처럼 둥글 볼록한 배, 탱탱하게 착 올라붙어 실룩대는 궁둥이,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까르르 웃음이 터지곤 하는 이 사람은 아홉 살배기 내 아들이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대화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문득 돌아보니 9 아들이었다. 남편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고,  이야기를 가장  들어주고  감정에 공감해주는   사람.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 그것을 말하다가 울컥 울음이 올라왔을 때도, 울지 말라고 다가와 나를 안아준 것은 아들이었다. 요즘 가르치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버릇없는 행동으로 나를 속상하게 했을   이야기를 제일 먼저 털어놓은 것도 9 아들에게였고,  형아를 혼내주겠다고 흥분해 복수의 쪽지를 전해달라며 써서  것도 아들이었다.

집에서 빈둥대는 시간에는 나와 함께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예능이나 <빈센조> 같은 드라마를 보며 수다를 떤다. 어젯밤에는 학교 전날이라 아들은 드라마를 보다 말고 일찍 자야만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게 묻는다. "엄마, 어제 빈센조 어떻게 끝났어?"

<헬로 카봇>이나 <뽀로로의 대모험> 같은 만화 영화를 꾸역꾸역 참고 봐줘야 했던 시절이 오래지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다.  아이는 당연하게도   전까지는 아기였는데, 대화다운 대화를  없었는데 말이다.

함께 잠들 때면 우리는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조금 읽다가(아빠는 보통 야근 이다) 가위바위보로   사람을 정한다. 불을  뒤에도 이불 뺏기 놀이라든가, 오늘 하루의 일에 대한 수다가 이어지곤 한다. 나이 사십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이랑 이불 뺏기 놀이를 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즐겁다. 시작할 때는 ', 이런 유치한  해야 ?' 하는 마음이었다가 어느새 나도 진심으로 까르르까르르 웃고 있다. 이런 순간은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경험했을 행복일 것이다.

이런 나의 절친이  만 지나면 나를 떠나가리란 것을 안다. 나를 고리타분해하고 답답해할 날들이 올 것이다. 성장이란 이름으로.

그때는 웃는 얼굴로 쿨하게 물러날 수 있기를.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절친의 학교가 끝나면 함께 포켓몬 카드를 사러  예정이고,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을 것이다.

그렇게 추억은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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