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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녀 Apr 25. 2022

유명인의 아이

일요일 저녁, TV를 보다가

남편은 항상 유튜브나 TV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공개하는 유명인들을 못마땅해했다. 아이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재앙으로 돌아올 줄 알고 저러느냐며 개탄하곤 했다.

과연…. 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도 남편의 말에 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아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우선 아이는 영상에 출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를 것이고, 불특정 다수의 관심과 애정이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닐뿐더러, 때로 시기나 미움을 받을 텐데 아이들이 무슨 내성이 있으리.

그런데 주말에 TV를 보다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라? 이건 방송 탓만은 아니겠는데?’

고 신해철 씨 자녀들이 무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딸이… 딸이… 얼굴이 아빠와 똑같았다. 무한궤도 시절과 솔로 활동 시절의 날렵하고 해사한 신해철의 얼굴, 거기에 긴 생머리를 붙여보시라. 그게 바로 따님의 얼굴이다.

그러니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냐면 굳이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더라도, 신해철을 아는 누구라도 이 따님을 만난다면 그 신분을 알 수밖에 없는, “안녕? 반가워. 나 젊을 때 너희 아버지 팬이었단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dna의 복제였다.

너무나 신기해하며 그 방송을 보았다. 이 따님은 침대맡에서 아빠의 지난 라디오 방송들을 듣곤 하는 것 같았다. 참 다행한 일이었다.

신해철은 꽤 오래(도합 십 년쯤 될까) 라디오를 진행했었기 때문에, 따님이 들을 파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말하고, 웃고, 어떻게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예리한 질문을 던졌는지, 얼마나 따뜻하고 또 때로는 차가운지를 충분히 알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디오가 박제해놓은 시간 속에서 아빠와 함께할 수 있으니 훨씬 덜 쓸쓸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건 유명인의 아이라서 가질 수 있는 행운 아닌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의 돌아가신 엄마는 고작 편지 한 장을 남겼을 뿐인데, 그마저도 이미 빌리가 다 외워버린.

그러니까 이야기가 이상하게 이어지게 되었는데, 인생은 알 수 없다…, 정도가 이 글의 결론일까.

방송이 아니라 유전인자가 아이의 신분을 공개할 수도 있고, 그 언젠가의 라디오 방송은 그 DJ의 딸이 가장 나중까지 열렬한 청취자가 되었으며, 결국 삶에는 좋기만 한 일도 나쁘기만 한 일도 없고, 예상 가능한 일도 없다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따님은 어쩐지 멋있게 잘 성장할 것이라는 그런 예상을 나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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