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로또를 샀다. 회사 다니던 시절, 20대 후반에나 가끔 로또를 샀었다. 언제나 5천 원만 날리고 마니까 서서히 끊게 되었고, 근 십 년간은 단 한 번도 사지 않았다.
어젯밤에 ‘똥꿈’을 꾸었다. 지저분한 얘기니까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내 것이 아니라 가족 누군가의 그것을 치우느라 난처하고 암담한 바람에, 잠에서 깼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로또 생각이 났다. 좋지 않은 기분을 바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낮에 아이들 수업을 다녀오고 무거운 가방 때문에 일단 집으로 들어왔다. 로또 판매점은 한 십 분은 걸어가야 했는데 고민이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사러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안 될 가능성이 99 프로겠지만, 사고 싶었다. 남편 월급도 두 달째 안 들어오는 마당에, 한번 사보자. 당첨되면 남편 회사 대출 갚으라고 주고, 주름 펴진 환한 얼굴 좀 보게. 남으면 티브이도 바꾸고.
회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는 로또 판매점은 손님이 많았다. 금요일 6시경, 나를 포함 4명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정성스레 숫자를 표기하는 사람이 한 명, 나머지 셋은 자동으로 구매했다. 나 빼고는 모두가 남자분들이었다.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작은 희망을 사러 온 분들일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장터에서 수박도 사고(2만 6천 원), 저녁으로는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1만 7천 원). 오전엔 아이 영어도서관 3개월치(60만 원)를 결제했다. 돈이 부족할 땐 나가는 돈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먹고사는데 참 많은 돈이 든다.
부쩍 늙는 것 같아 먹는 콜라겐을 검색했더니 이건 또 20포에 3만4천 원이나 한다.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다.
내일 로또……안 되겠지?
되면 대출 갚고, 티브이 바꾸고, 콜라겐 주문하고, 보톡스도 맞고…
그런데 진짜 꿈을 꾸고 로또를 사서 맞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