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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녀 Oct 12. 2020

기후 위기,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우리는 여전히 선택 가능성이 남아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건 채식주의자가 된 것으로 충분하니 비행기 여행 정도는 괜찮다고 믿는다. 또, 전기차를 샀으니 쇼핑과 육식은 계속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이미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124쪽


분리수거를 잘 하거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 1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정도로 기후 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오염국 정부들은 석탄으로 경제에 동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던 때(산업화가 시작된 1880년대)보다 기온을 2도 이상 높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195개국이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 이내가 되도록 하는 탄소 감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들은 이미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1.6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2도까지는 느리고 힘들게 올라가지만 2도를 넘어서면 6도까지는 빠르게 올라간다. 2도를 지나 4도 높은 세계에 도달할 경우, 우리는 극도의 폭염, 세계적인 식량 감소, 해수면의 상승 등을 겪게 된다.


"기온의 4도 상승으로 2100년까지 전 세게의 해수면은 1미터 어쩌면 2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면 몰디브나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에콰도르와 브라질에서 네덜란드, 캘리포니아의 대부분, 미국 북동부, 동남아시아의 많은 지역이 침수될 것이다. ....... 선진국일지라도 수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인정사정없는 폭염이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폭염으로 인해 전 세계 주요 작물들의 산출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여기에 파괴적인 허리케인, 맹렬한 산불, 어장의 붕괴, 광범위한 물 부족, 동식물의 멸종, 세계를 휩쓰는 질병이 더해지면 평화롭고 질서 있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서문 -  


지구의 길고 긴 역사 속에서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가장 마지막인 5번째 멸종이 공룡의 멸종이었다. 인류는 6번째 멸종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미 인류의 영향으로 많은 수의 동식물종이 사라졌다. 지구에는 인간과, 인간이 먹기 위한 밀과 옥수수와 벼, 소와 돼지, 닭의 개체수만 기괴할 정도로 과도하게 늘어나 있다.

인간은 공룡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 있는 '종'이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일상은 지구를 착취하여 누리고 있는 잠시의 신기루일 뿐. 인간이 사라지고 지구는 정화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생명체들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 모른다.  


기후 위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상황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나 또한 별 수 없이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기면서 쇼핑을 하고, 고기를 먹고, 휘발유 자동차를 탄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환경 단체에 약간의 후원금을 내고 있지만, 허무하리만큼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일들이다.


"우리가 지붕에 얼마나 많은 태양전지를 설치하든,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격려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리가 비행기 여행이라는 특권을 포기하고 땅 위에 머무르든, 아니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혁명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혁명이 필요하고, 그 혁명은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어느 곳을 둘러봐도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227쪽


우리 삶의 양식이 완전히 바뀌어야만 한다. 만약, 전 세계가 자본주의를 버리고 소비 문화를 완전히 포기한다면 겨우 희망이 있는 정도?

글로벌이 아니라 로컬한 삶. 욕망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을 사용하는 삶. 가축의 공장식 생산을 그만두고, 고기는 어쩌다 가끔씩만 먹는 삶. 여행과 패션과 육식을 잘 모르던 때의 삶, 으로 돌아간다면.


하지만 그런 급격한 변화가 단시간에(인류에게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과연 가능할까.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함께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는데, 지구냐, 경제냐, 그 선택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여전히 경제를 더 우선에 두고 있다.

관성의 법칙이다. 인류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엄청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운동하고 있는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조금 그 속도가 줄었을 뿐, 방향은 여전하다.


그레타 툰베리가 그렇게 물었다.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주려고 하는 거냐고.

지금, 어른들이라면 따갑게 이 질문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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