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들고 존재의 포효중

by 사피엔




닭다리를 뜯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건 쾌락이고, 생존이고, 때로는 위선이며, 우리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한 포식 행위다.



기름진 살점을 찢는 손끝엔 은근한 우월감이 배어 있고, 씹을수록 부드러운 그 결엔 누군가의 생명을 가공한 흔적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걸, “맛있다”고 말한다.



닭다리를 들고 있는 내 손은 그저 본능의 연장일까, 아니면 무뎌진 감각의 증거일까. 살점을 뜯고, 뼈를 발라내며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건 과연 무엇을 위한 섭취일까. 허기? 피로? 위로?

아니다. 생존이다.



무언가를 뜯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밤들이 있다.

맥주 여섯 캔째, 쾌락은 무뎌지고 입안은 씁쓸해진다. 그제야 사라진 존재 하나가 내 손에 묻은 기름 사이로 스며든다.



오늘 밤 나는 닭다리 하나를 뜯으며 조용히 사과하고 싶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다. 너 말고.



두 달 후 군대에 가는 아들을 위해, 기말고사 끝에 지쳐버린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아직 말로 하지 못한 어떤 감정을 위해—



닭다리를 뜯다가 문득, 눈물 하나를 떨궜다.



맥주 캔 너머로 흔들리는 내 모습은,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야만적이면서도 슬픈 풍경이다.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씹고, 여전히 죄책감과 위로를 동시에 삼키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살아남은 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그래,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어떤 위선도 없이, 엄마로서의 본능만 남은 채.

착한 사람이라고? 글쎄. 살아낸다는 건 때때로 착함과는 멀어지는 일이다.



나는 그런 밤을, 오늘도 지나고 있다.

닭다리를 뜯으며.



※ 최근 서평 글 링크가 외부로 공유되며 학생들도 내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수위와 감정의 밀도를 조정하여 다시 다듬은 버전이다.


– 사피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