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었던

은하인의 제주살이, 4개월간의 기록 4

by 사피엔




선이 예쁘다. 광이 난다. 분위기가 남다르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후한 평가를 해주던 사람들의 말에 꼬리처럼 이런 농이 따라붙었다. "쟤는, 박물관에 보내야 돼"






삼시세끼 밥은 맛있었다. 쉬는 날도 직원 식당에서 밥을 챙겨 먹었을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그런 나도 가끔은 푸짐한 구내식당 밥 대신 동료들이 들고 온 음식으로 한 끼 배를 채우기도 했다.


사람들 세상엔 작지만 나눌 줄 아는 마음들이 있다는 걸, 흥밋거리 없던 그 시절 차분히 관찰도 해봤다. 그게 그거인 물질을 주고받는 번거로운 행위가, 뜻밖에 작은 선물을 받은 듯한 재미와 기쁨이 되는, 그 사소한 이심전심.


오랑우탄이라 칭한 내 선임만 해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특이하고 맛있는 군것질 거리들을 가져와 자주 매장 식구들 입을 즐겁게 했다. (사실 그동안 그녀에게 얻어먹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오랑우탄'이라니....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살집이 있어 그렇지 얼굴은 꽤나 예쁘게 생겼다.)


받는 기쁨은 잘 알지만

성가스럽단 이유로 그 과정들을 생략하고 살아온 나는 그런 그녀가 매번 신기했다. 필시 각박한 이기주의자였을 나는, 형편 어려움은 둘째로 치고 무언가를 놓치고 살아왔던 모양이다.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다는 말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난한 자들의 노력에서 비롯됐을 거야. 나중에 상대에게 덕 보려는 속셈이지." 이렇게 냉소한다던가 "깔끔하게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라고 정나미 떨어지는 말을 세련된 척 내뱉던 나는 마음까지 가난한 사람이리라.



​이런 나는, 날이면 날마다 뒷담화 무성하게 생산되고 확산되는 그곳에서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콩 한쪽도 나눠 먹을 줄 아는 그들은 그 자리에 없는 제삼자를 수시로 뒷담화해대는 탁월한 능력들을 발휘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역시 각박한 이기주의자인 나는 그날도 여지없이 내 단면을 드러냈다.



"저는 방금 OO님 능력 운운하며 험담했던 자리에서 빼 주세요. 남 뒷담화는 듣는 것도 불쾌하니까!! " 사납게 쏘아붙여,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매장 식구들 얼굴에 찬물을 끼얹고 등을 졌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들고 온 음식들 앞에서 함께 웃으며 얘기하다가)


난 너희들과 달라. 오만방자한 선긋기. 그들에겐 또 얼마나 적대적이고, 불쾌하게 여겨졌을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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