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인의 제주살이, 4개월 간의 기록 6
6화. 바람이 먼저 온 곳.
제주에선 바람이 먼저 찾아왔다. 어디를 바라보든, 비릿한 바다 내음이 깔려 있었다. 벚꽃잎 하늘하늘 피어오르던 계절에도, 푹푹 찌는 열기가 모래사장을 달구던 여름에도— 그 모든 것보다 먼저, 바람이 심장을 건드렸다.
혼자 살아온 여자의 오장육부는 바람 한 점에도 베였다. 그곳에서도, 바람은 여전히 아팠다.
나는, 살얼음 위의 종이배같았다. 가볍고, 쉽게 젖어 가라앉았다.
미세한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꽃대처럼, 휘청일 때마다 어김없이 상처가 나곤 했다.
한 존재의 무게란, 대단치 않았다. 내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한 사람’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숨 쉬고 싶었다.
바람이 스며들지 않는, 조용하고 안전한 품에서 한 번이라도 편히 웃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들숨과 날숨마저 무겁고, 외로웠던 날, 결국 나는 제주로 숨었다.
그러나 숨고 싶었던 그곳은, 끝내 숨을 수 없는 섬이기도 했다는 걸— 나는 금세 깨달았다.
뼈를 통과해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옥죄는, 그 바람 한 점에.
그는 내가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우린, 일상을 공유할 만큼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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