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그 다음엔

은하인의 제주살이, 4개월간의 기록 7

by 사피엔



영화 <헤어질 결심> 속 그녀가,

바닷가에서 양동이를 안고 퍼낸 것은 모래가 아니라, 끝내 채워지지 못한 그녀의 사랑이었다.

그녀는, 어쩌면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누구보다 사랑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성보다 미완일 때 더 오래 남는다. 이루지 못한 감정은 삶 깊은 곳에 가라앉아 지워지지 않는다. 흘러간 사랑은 언젠가 흐릿해지지만, 멈춘 사랑은 시간 속 어딘가에 영원처럼 머문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은,

마치 그런 끝내 다 풀지 못한 마음의 숙제를 닮아 있다. 짧은 만남 하나, 스쳐 지나간 얼굴 하나조차도 세월을 건너 다시 떠오르는 그리움이 된다. 그에게 봄날 흰 옷 입은 소녀와의 스침은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인연”이었다.



생각해 보면, 인연이란 붙든다고 오래 머무는 것도, 외면한다고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날 불쑥,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다가와 마음 한 켠에 조용한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은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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