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부재 열번 째 <욕망 없음>
나는 욕망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말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정말일까?
내 안엔 오래된 지하실 하나가 있다. 환기도 되지 않는 그 어둠 속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짐승들이 숨죽이고 있다. 내가 외면할 때마다, 그들은 조용히 몸을 말아 어둠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든다. 욕망은 없어진 게 아니라, 봉인되었다. 바깥은 평온하다. 체념으로 반짝이는 겉모습.
나는 욕망 없는 사람인 양 스스로를 기만해 왔는지 모른다. 욕망은 없다고 믿을수록, 편했다. 바라지 않으면 실망도 없고, 기대하지 않으면 무너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건 단지 꺼진 척, 죽은 척하는 불씨일 뿐이다.
차가운 현실이 매번 물을 끼얹었고, 나는 스스로 말한다.
“처음부터 불은 없었다.”고.
그러나 그 말조차, 욕망을 억누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욕망의 저장고라 했다. 억압된 욕망은 꿈이나 실수, 농담의 틈으로 스며나온다고. 하지만 나의 무의식은 억압보다는 체념에 가깝다. 억압은 여전히 불씨를 남기지만, 체념은 그 불씨 위에 재를 덮어버린다. 얻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없는 척하자— 나는 스스로를 ‘욕망 없음’의 인간으로 가장했다.
나는 종종 내 내면을 한 채의 집으로 상상한다. 의식은 바람 속에서 간신히 흔들리는 작은 촛불 하나. 위태롭지만 꺼지지 않는, 그 불빛이 지금의 나다. 그리고 그 빛이 닿지 않는 모든 곳은 어둠 속에 있다. 닫힌 문, 먼지 쌓인 복도, 아무도 오르지 않는 계단. 그 어둠 속에는 본능, 성애, 금지된 생각과 억눌린 욕망, 그리고 차마 밝은 곳에서 마주할 수 없던 기억들이 숨어 있다. 그들은 때로 속삭이고, 때로는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언젠가는 히스테리의 불씨가 되어, 껍질뿐인 평정을 뒤흔든다.
넷플릭스 드라마 〈프로이트〉의 한 장면에서, 무의식이 이렇게 묘사된다. 고독한 불빛, 밝은 곳으로부터 치워 둔 기억, 어둠 속에 존재하며 우리를 괴롭히는 보이지 않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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