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름다움 - 불안정한 분자의 반짝임

다이어트 기록일지 속 아름다움

by 사피엔




Chirality ㅣ 키랄성

같은 원자 배열이지만, 거울에 비춘 듯 좌우가 다르다. 구조는 같아도, 성질은 전혀 달라진다.
어떤 분자는 향이 되고, 어떤 분자는 독이 된다.
아름다움도 그렇다. 구조가 아니라, 지각의 문제다



사랑할 때 우리는 상대의 눈동자 색에서, 머리카락의 결에서, 웃음의 곡선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체가 아니라 순간의 반응이다.

빛의 각도가 달라지면, 그때 보이던 무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카로티노이드가 가을에만 붉게 드러나듯, 아름다움은 늘 조건과 시간에 의존한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조건부다.

빛이 일정 각도로 굴절할 때, 특정 파장에서만 드러나는 무지개의 색처럼.

멜라닌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사회는 그것을 미의 기준으로 재단한다.

콜라겐은 피부의 탄력을 지탱하지만, 결국 시간 속에서 분해되고 사라진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불안정한 화학결합 위에 놓여 있다.



다이어트를 하며 거울을 보는 순간,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확인하려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체지방이 줄어도, 근육이 생겨도, 또다시 다른 기준이 등장한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달아나고, 늘 불안정하다.

마치 연애 초기, 도파민이 넘쳐 모든 것이 반짝여 보이지만, 6개월이 지나면 그 호르몬은 줄어들고, ‘콩깍지’라 불리던 마법도 서서히 벗겨지는 것처럼.



아름다움이란 것도 조건이 무너지면 쉽게 변성되고, 무너지고 만다.

결국 아름다움도, 사랑도, 안정된 결합이라기보다 언제든 다른 형태로 접히고 흩어지는 분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쫓을까.

그 불안정함을 알면서도, 잠시 스쳐가는 빛남을 위해 혹독하게 몸을 빚어내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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