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입대하는 날, 나는 제주에 왔다.
일주일에 서너 번 나가던 수업은 미련 없이 접었다. 대신 전혀 다른 차원의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익숙한 삶의 궤도를 벗어나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일,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멈춰선 채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10월 9일 오전 9시 47분.
제주에 온 뒤 처음으로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보았다. 도서관 3층 창가에 앉아 바람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유난히 청명한 하늘과 고요한 공기가 마음을 부드럽게 녹였다. ‘쉬는 날’이 주는 여유란, 일하지 않고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숨 가쁘던 나의 마음에 작은 창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