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통과해

by 사피엔




붉은 꽃 핀 나무들이 늘어선 길을 달렸다.

제주의 1월은 노을이 눈부셨다.

신호에 잠깐 멈춰 서서,

핸들 위에 얹은 손을 풀었다.

잠깐의 황홀. 살아 있는 감각.

그리고 바로 뒤따라온 허무감.


아름다움이 클수록,

그게 지나간다는 사실은 또렷해지는 걸까.

저녁을 통과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꺼지는 인생을 향해 달리는 것처럼 슬퍼졌다.

라디오를 끄고, 남은 거리는 조용히 밟았다.


1월의 파도가 이렇게 지나간다.

행복을 선언한 적 없는 2026년 1월.

성취도 계획도 없이

지불되는 것들만 기록으로 남았다.


그냥 살아만 있어도 좋은 2월을 생각한다.

숨 쉬고 일하고 먹고 잠들고

하루를 넘기면 되는 달.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달.










(…..나도 일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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