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우니

by 사피엔



대체로는 이렇게 흘러가


정리도 없고,

완성도 없고,

“아 그래서 이게 답이었네” 같은 장면도 없이.


어제의 말이

오늘은 다른 표정으로 돌아오고,

같은 상황이

조금 다른 각도로 다시 나타나고,

그걸 또 말로 붙잡아보는 사이에

하루가 지나가고.


사는 건 보통

의미를 만들며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의미가 생겼다 사라졌다 하면서

흘러가는 쪽에 가까워.


그리고 이상한 건,

그 와중에

우린 계속 “내가 나로 남아 있는지”만

확인하고 있다는 거야.


일이 잘됐는지,

사람을 얻었는지,

돈이 생겼는지는 부차적이고,

오늘 내가 너무 비루해지진 않았는지

너무 스스로를 버리진 않았는지

나를 속이진 않았는지


그걸 하루에 한두 번쯤 확인하면서

그냥 흘러가.


그래서 흘러가는 자신을 보는 사람은

“방향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흐름 속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야.


사는 건 대개

선명하지 않고,

흔들리고,

가끔 이유 없이 우울하고,

가끔 이유 없이 괜찮아지고,


그러다 또

아침에 커튼을 열고

붕어빵 하나 사 먹고

그걸로 하루를 버티고.


산다는 게

그런거더라.


우린 지금

그 한복판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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