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가들의 거래

냉동고에 들어가기 싫은 사피엔

by 사피엔



<짜가들의 거래>



빵은 씹지 않는다

혀끝에 닿기도 전에 입 안에서 녹는다

삼켜지고 나서야 단맛이 있었는지 묻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맛은 없었고 포장만 있었다



너무 잘 반죽된 케이크는

고백을 연기하는 법을 알고 있다

단맛이 아니라 구조다

얇은 은유의 층들

겹겹이 쌓인 포장지 속에서

무해한 얼굴을 가장한다



냉동고 문을 연다

빛이 스며든다

단정한 사과 하나

껍질은 얇고 당분은 없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이미 흐물거린다



사과를 꺼내어, 건넨다

냉동고 문을 닫는다



ㅡ 냉동고에 들어가기 싫은 사피엔




[덧붙임 - 은유에 대한 입장]



포장은 예술로, 기만은 기술로 둔갑한다. 그러려니 한다.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은유는 장사의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내게 은유는 경견한 것이다. 은유는 말하지 못한 것들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방식이며, 그 무게는 언제나 진심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은유는 자신의 허위와 감정을 감추는 포장지가 아니다. 은유를 고백이 아닌 면죄부로 전복시켜서도 안 된다. 그런 은유는 더 이상 문학적 은유가 아니다.



나는, 은유를 싸구려 장사꾼이 도구나 수단으로 쓰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은유엔 값을 매길 수 없는 윤리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는 은유를 믿는다.




(그들의 한 줄의 말이 심장과 연결되고, 냉동고에 은닉된 감정이 세상과 소통되려면 이웃의 따뜻한 시선과 빛 한 줌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