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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삿포로맨 Sep 11. 2024

이중언어 구사하는 아이 양육법

일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잘하게 하려면

우리 아이들은 다행스럽게도 한국어가 모국어이다. '다행스럽게도'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재일교민 자녀 중에는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모국어라는 자리는 요지부동한 것이 아니어서 생활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그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특히 유년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아이들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강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현지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의 언어 사용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가정에서 부모와의 한국어 대화가 줄어드는 반면 외국어 사용은 현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국어 사용 환경에 장시간, 장기간 노출되면 요지부동할 것 같은 모국어 자리는 위태롭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본어 사용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때부터 모국어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언어 혼용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한국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제대로 배운 후에 부모를 따라 외국으로 간 아이들에게 똑같이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때 부모의 올바른 모국어 사용은 이후 아이의 모국어 정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과 추천 행동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부모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어와 일본어 혼용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모국어는 한자로 ‘母國語’, 영어로 ‘mother tongue’로 기술되는데, ‘엄마의 말’ 넓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부모의 말’이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가 하는 말은 모두 ‘모국어’인 셈이다. 부모의 사용 언어는 한국어이든 일본어이든 아이에게는 모국어로 받아들여진다.


부모는 가정에서만큼은 일본어를 혼용하지 말고 한국어만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의 빠른 현지 적응을 돕는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일본어를 혼용하거나 일본어를 사용하는 부모가 있다. 이러한 행동은 아이들의 모국어 인식에 혼란과 장애를 초래한다. 아이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통화를 할 때 세심히 들어 보면 그러한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아무런 의식 없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한다. 그러면 전화 건너편 상대방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혼용 현상은 부모와의 대화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이들의 언어 혼용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반응했는가는 아이들의 언어 혼용을 강화시키거나 외국어를 모국어로 인식하게 만든다. 아이의 언어 혼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언어와 가정밖의 언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즉 가정에서는 철저히 모국어 중심의 언어를 구사하고 밖에서는 현지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어 사용과 일본어 사용을 공간적으로 구분 지어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할 때 아이가 일본어를 사용하면 이를 한국어로 고쳐주고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이러한 부모의 노력으로 아이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명확히 구분하여 인식하게 된다.


부모들은 한결같이 우리 아이가 다중언어 능력의 소유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부모의 언어 사용은 두 언어 모두를 잘하는 아이를 만들 수도 있지만 둘 다 엉망인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 만난 재일 교민 아이들은 다중언어 능력 소유자이기보다 모국어 자리를 일본어로 빼앗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국어 자리를 차지한 일본어가 모국어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모국어를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면 깊이 있는 사고에 도달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연히 말과 글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 올바른 모국어 사용이 안 되는 사람은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모국어 사용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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