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집 근처 쇼핑몰을 가면 예전과는 달리 한국 제품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라면부터 시작하여 김치, 불고기 소스, 그리고 다양한 간식들까지예전엔 한두 개의 매대에 불과하던 한국 제품들이 이제는 당당히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집 근처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하고 있는 대형쇼핑몰인 'Aeon'이 있다. Aeon 안에는 외국의 다양한 식품과 식자재를 판매하는 상점이 있는데 쇼핑몰에 갈 때면 종종 들리는 곳이다. 하루는 우연히 그 가게 앞을 지나는데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홍보물이 있었다. 홍보물에는 한국어 표기가 있었는데 어색한 한국어가 눈에 들어온다.
캔 막걸리을 판매하는 가게의 홍보물
잘못 표기된 한국어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실수들이다. 이러한 잘못 표기된 한국어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 웃음의 의미는 비웃음이 아닌 귀여움과 격려의 웃음이다. 잘못된 표기에서 오는 불편함보다 한국어를 열심히 쓰려고 한 글쓴이의 정성을 인정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글쓴이의 노력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지금 같은 인터넷시대에 번역기한번 돌리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번역문이지만 나름 열심히 배운 한국어를 활용하여 직접 적었다는 사실이 너무 대단하다.
대학에서 전공과목 외에 한국어를 오래 동안 가르쳐 온 선생으로서 여러 생각이 든다. 처음 한글을 배우는 일본 학생들은 한결같이 한글이 마치 암호와 같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평소 접하지 않는 문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학생들에게처음 가르치는 것은 자음과 모음이다. 특별히 모음을 가르칠 때는 양모음과 음모음을 구분하여 가르치게 되는데, 이는 이후에 나올 이중모음(합성모음)의 제자원리를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럼없이 쓰는 한글이지만 외국인 성인 학습자에게는 한글의 제자원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이중모음(합성모음)은 양모음+양모음, 음모음+음모음, 혹은 양성•음성모음+중성모음 ('이' •'으')의 조합으로만 만들어진다. 이러한 합성모음의 제자원리와 음성학적인 원리를 이해하면 저절로 올바른 한글을 쓸 수 있다. 따라서 양성모음 ‘ㅗ’와 음성모음 ‘ㅓ’는 어울릴 수 없다.그리고 일본어에는 우리의 받침과 같은 종성모음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우리의 받침 발음을 매우 어려워한다. ‘있어요’를 받침소리 없이 소리 나는 대로 ‘이소요’로 표기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산 제품을 파는 가게에서 이렇듯 한글표기가 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산 제품임을 알리는수단으로 한글표기를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판매상품에 한글을 표기한다는것은지금의 일본에서는'엣지있게'보이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그리고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나처럼 막걸리 홍보물의 한글이 눈에 띄어 막걸리를 사지 않는가. 오늘은 가게 점원의 한국어 실력을 안주로 시원한 막걸리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