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작가들의 단정한 문학
로리 무어, 주노 디아즈, 이윤 리, 조지 손더스 같은. 내가 읽는 것들이 나를 자극시켜 책상 앞에 앉게 했음에도 내 손끝에서 나오는 것은 처참한 문장이었다. 읽는 것과 쓰는 것 사이의 괴리 때문에 쓰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무명작가가 가진 고통이 분노로 승화되었다. 21세기 노트와 펜인 노트북은 물에 잠겼고, 점잖은 말로 가득했던 메일함에는 출판사와 세상을 향한 분노가 담겼다. 일생동안 작가 스스로가 가장 자신다운 글을 쓴 것이다. 작가는 모아둔 잠이라는 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누가 꾸준한 작가가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멍청한 말을 지껄였나. 마치 보상이라도 받아내듯이 영원히 깨지 않을 잠에 빠진다. 자! 글을 쓰며 밤을 지새운 여러 날들과 안녕이다. 분명 깨지 말아야 한다. 졸피뎀을 배불리 먹은 사람이 개운하게 일어난다니. 눈을 떠보니 알지 못하는 곳이다. 하얀 천장과 노트북만이 존재하는 공간. 할 줄 아는 것이 글 쓰는 것이 전부인 작가는 왜 죽으려고 했는지 잊은 채 다시 21세기형 종이와 펜 앞에 앉았다. 1200매의 원고가 완성되자, 그의 전화기에서 울리는 그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5000만원의 계약금을 주겠다는 제의. 왜 지금? 허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드디어 성공이라는 것이 손안에 들어왔다. 아 하나님! 꾸준한 작가는 베스트셀러가 되는군요. 피로에 지친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동료는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건강을 위해 약을 한 대 맞는 건 어때?"
잠깐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질 거라고 의사가 말한다. 일에 치여있던 내 몸은 약에 의한 것인지, 그저 피로에 의한 것인지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떠보니 의사가 말한다.
"괜찮으세요?"
선생님, 너무 개운합니다. 선생님은 좀 더 누워있으라고 하시지만 보내야 할 원고 때문에라도 누워있을 수는 없다. 어딘가 혼란스러운 표정의 의사 선생님은 말한다.
"육 개월 만에 깨어나셨어요."
육 개월? 무슨 소리인가. 나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글을 쓰던 사람인데. 아, 졸피뎀. 사기는 안 당했나 보군. 그래. 꿈이었다. 모든 게. 의사 선생님은 가장 친절한 목소리를 가장한 채, 치료비 5000만원을 요구한다.
5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