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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 Jan 29. 2022

세계의 우울

짧은 글

 세계는 우울과 공존한다.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는 대부분 '(無)'로부터 시작했다.

변방 이스라엘이나 그리스 신화처럼.

거창한 세상의 시작뿐 아니라, 지극히 작고 하찮은 인간의 시작 역시 어두운 모체의 뱃속에서 빛을 보기만을 기다리지 않는가. 소리 없이 없어지는 많은 생명과 태어났음을 세상에 공포하는, 삶에서 가장 순수한 울음.

죽음과 생명의 한 끗차이에서 살아남은 생명 역시 죽음의 그늘을 계속 안고 웅크리고 있었다.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음에도 우리는 삶의 연속성을 맹신하지 않는가.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인생의 비극은 가진 것을 놓지 못한 채 고꾸라져 죽어버린 멍청한 뒷모습.

뒤쫓아 오는 죽음을 당당히 마주하지 못해 폼페이의 멸망같이 닥쳐오는 죽음에서 도망치다 죽어버린 모습. 비극적인 순간은 영원히 회자될 뿐이다. 피할 수 없는 멸망을 찬란한 미소로 마주했다면, 잿빛 세상에서 살아남은 한송이 풀과 같이 생명을 영원히 뿜어냈을 터인데.


 모든 삶은 영원히 우울과 공존할 것이다. 더욱 찬란하게 창궐한 시기에도 분명히 우울은 드리울 것이다. 그때 뒤돌아 우울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울 것이며, 비극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밝은 곳에서 잊지 않는 사람. 늘 뒤돌아 결말을 지켜볼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영원히 우울한 세상에서 풀과 같이 살아남기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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