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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 Feb 14. 2022

동물보호센터

동물에게서 보호받고 싶어 하는 인간들을 위한

 큰 개가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가 들어온 이상 구조해야 한다. 개는 아무도 물지 않았다. 구조되어서 큰 케이지에 실으려고 하는, 자신보다 무섭고 거대한 나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표현할 뿐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자신이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무는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당장이라도 줄을 잡고 있는 나를 끌고 도망갈 수 있을만한 큰 덩치. 위협감을 느낀 인간은 이 친구가 자연을 거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가 보다.


 큰 덩치를 보고 예상한 대로 케이지에 집어넣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밥이랑 간식으로 유혹해보지만 의심 많고 겁 많은 개는 꿈쩍도 안 한다. 긴장한 개를 풀어주기 위해서 가볍게 산책을 하기도 하고 사람이 적은 곳에서 교감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내게 내 몸짓만 한 큰 개를 옮길 능력은 어디에도 없다.

 어찌어찌 케이지에 옮기고 개 냄새 자욱한 차에 올라탔다. 15분 거리에 있는 센터로 옮기면 끝이다. 긴장한 개는 숨을 헐떡인다. 예전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던 믹스 레트리버가 생각난다. 그 개 역시 큰 개를 무서워하는 신고정신이 투철한 시민에 의해 구조되었다. 밥도 잘 먹고 웃음을 띄던 순한 레트리버는 그 짧은 시간, 케이지 안에서 온 몸이 굳은 채 죽어버렸다. 웃음을 띄고 혀를 축 늘어뜨린 채 말이다.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생명의 죽음은 가볍지 않다. 이 순둥 한 개 역시 케이지 안에서 비참히 죽어버릴까 두려워, 애꿎은 신호 탓만 한다. 유튜브에서 찾은 '강아지를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센터에 도착해 개를 내려두고 한 숨 돌린다. 이 개는 누구를 만나 어떤 삶을 살까. 안락사를 하지 않는 우리 보호센터에서 죽을 때까지 여러 봉사자들 손에 산책당하며 살아가게 될까? 버려지고 상처 많은 다른 개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잠깐의 걱정을 뒤로한 채 내 일을 마치고 떠난다. 자유롭고 행복했던 개에게 목줄을 채운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잘 지내길 바랄 뿐이다.


 동물보호센터를 욕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당장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센터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일 뿐. 동물들을 위한 연대와 실천.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뿐이다. 지구에 먼저 와 살고 있던 동물들에게 잠깐 이 땅을 빌려 쓰는 우리 인간들이 공존의 손길을 더 크게 내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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