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혜 Mar 27. 2024

02. 31살 딸의 생리대를 챙겨주는 우리 엄마

엄마 눈엔 아직도 내가 애기인가보다.


내 책상 위에 생리대 한 뭉텅이가 올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엄마의 손길이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친구와 구미 맛집 오픈런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내가 깜빡하고 안 챙겨갈까 봐 엄마가 미리 책상 위에 올려둔 것이었다. 엄마는 10시에 상영하는 영화 파묘를 보러 외출했다. 엄마도 아침 일찍 나가기 바빴을 텐데 항상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하루 동안 쓰기에는 다소 많았지만 그래도 가방에 다 챙겨 넣었다. 그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발걸음도 평소보다 가벼웠던 것 같다. 


사실, 우리 엄마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 연락하는 친구도 없이 항상 자식만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내 휴대폰 배터리는 100%로 충전되어 있다. 왜냐하면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내 머리맡 휴대폰을 집어서 충전한 후에 다시 제자리에 놔둬 주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배려에 놀람과 동시에 밤늦게까지 유튜브 보다가 배터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잠든 나에게는 너무 좋은 일이다.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현관문 앞에서 나를 반겨준다.


“엄마~~~~~”

“공주야~~~~~ 잘 다녀왔나?”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

31살이지만, 우리 엄마에게 나는 아직 공주님이다.


나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퍼주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좋으면서도 미안하다. 10년간 떨어져 지내면서 남들 다하는 딸과의 데이트도 거의 못했었는데 항상 나를 걱정해 주고 챙겨주는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성공해서 엄마 호강시켜 드릴게요’와 같은 기약없는 말보다 엄마가 1살이라도 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해드리고 싶다. 



제가 얼른 백수 탈출해서 엄마한테 그동안 못 해 드렸던 거 하나씩 해드릴게요. 
우리 엄마 최고!



[2024 엄마 선물 리스트]  

1) 안마사가 해주는 지압마사지   

2) 샵에서 메이크업 받아보기  

3) 풀착장으로 옷 사주기  

4) 꽃구경 + 카이막 먹으러 가기  

5) 18K 반지 사주기(완료)

6) 냉장고 사주기(완료)

7) 내성발톱 교정  


작가의 이전글 01. 저 카페알바 취소 당한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