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어떤 소개팅

나도 남편이 생겼으면.

by 적당한 박선생

소개팅을 했다.

상대방은 마흔, 나는 서른여섯. 결말을 말하기엔 이르지만 한번 더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저마다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갈 때 난 그 영역엔 왠지 데면데면,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신혼집이나 아기 사진이 올라온 카톡 프사를 보며 가만히 좋겠다..고 되뇐다.


주말에 침대에서 뒹글 거리며 넷플릭스를 보는 게 낙이었고_지금도 낙이지만_이제 실제 사람과 만나고 싶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분명 스트레스받겠지만 그래도 꾸미고 나가서 손 잡고, 얘기하고, 걷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좋아해 본 지 정말 오래됐다.


그동안 소개팅했던 남자들을 떠올려보면 팔, 다리 다 붙어있고 직업도 멀쩡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왜 만남을 이어가지 못했을까? 호감을 느낀 순간도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래, 내가 경계심이 좀 강한 편이긴 하지. 그래도 예전엔 오히려 불나방이었던 적도 있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거기서 일어나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이건 내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해결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마음을 잠재워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판타지도 바라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 그 경험들로 날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기에 지난 사람들과 시간에 감사할 뿐이다.


소개팅이 후기가 궁금해 전화를 걸어온 동생에게 내 안에서도 정리가 안된 말을 한참 풀어놓다가 어쨌든 꾸준히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끝맺었다. 그래 동생아. 나도 동감이야.


언젠가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듬직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 손을 잡으면 마음이 스르르 풀리면서 안심이 되는 사람.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 함께하고 싶으니까.

"나는 이런 일이 있었고, 그렇게 살아왔어. 당신은?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고생했어"라고 서로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유독 힘든 날이나, 신이 날 때 남편한테 "치킨 먹을까?" 하고 카톡을 보내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럼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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