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파리!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에서

by Sarah Kim
필요한 것 만 챙겨서 인생이라는 배를 가볍게 타라. 검소한 집, 소박한 즐거움, 친구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한두 명의 친구들, 사랑할 사람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고양이, 개, 그리고 한 두 개의 파이프,충분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갈증은 위험한 것이니 약간 넘치는 마실 것이 있으면 된다. 제롬 K. 제롬

19세기 파리,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던 장소가 있었죠. 도시의 근대화가 활발해지던 때, 이제 문화의 중심은 예전의 부르주아들이 아니라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던 보통사람들로 옮겨 갑니다. 그때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듯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게 있었으니 바로 '기차'였지요. 파리에 갈 때마다 그 첫 기차가 오가던 생 라자르 역을 밟아 영감을 얻어 보는 건 어쩌면 제게 당연한 일 이기도 했습니다.

현대화 된 생라자르역 역사모습. 하루에도 수 많은 기차들이 여행객들을 태우고 파리를 벗어납니다.

생 라자르 역은 근대의 상징 그 자체였고 도시의 활력을 엿볼 수 있는 일상의 활로 같은 존재였으니 당시 모네를 위시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매력적인 주제였음을 말할 필요가 없는 거겠죠.


인상주의의 아버지 혹은 빛의 대가라고 불리는 모네에게 있어서 이 기차역은 인상주의의 태동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주는 '꿈'의 통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뿡~뿡~기차의 화통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가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요?

모네, 생라자르 기차역, c.1877

근대화 당시 파리 6개의 기차역을 관통하는 심장부였던 생 라자르 역. 지베르니행 기차에 몸을 싣고 한 시간을 달려 다다른 오늘의 장소는 파리에서 한 시간 떨어진 근교의 작은 마을, 베르농입니다.

마을버스를 곧장 타고 모네가 전국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지베르니에 도착! 아직도 진홍색의 겹벚꽃이 한창이었던 이 작은 시골은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비밀스러운 휴식처가 분명했습니다.

기꺼이 가던 발걸음을 돌려 오후의 한 때를 잠시 머물게 된 인상주의 뮤지엄입니다. 엎어지면 코가 닿을 위치엔 그 이름도 찬란한 '빛의 아뜰리에,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가 있답니다. 파리 근교 하루 나들이 여정으로 돌아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마침 이곳엔 구스타브 까이유 보트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핵 이득! 을 외칠 수 있는 순간이었죠. 와우!)

날 때부터 금수저였던 그의 그림 속에는 파리지엥 특유의 여유가 묻어납니다. 특히 발코니에서 밖을 바라보는 무심한 시선과 사유를 예전부터 참 좋아했습니다. 도시 가로수의 울창한 나뭇잎들이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반짝이는 오후의 한 순간을 잘 포착했지요?

구스타브 까이유보트, 발코니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이 뭐냐고 누군가가 묻는 다면, 1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심쿵 하게 만드는 그 모든 순간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물론 '평소 애정 했던 그 그림을 마주할 때' 도 포함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바로 그런 것을 느끼게 해 준 행복한 우연이 마치 도미노처럼 몰아친 순간순간 이였어요.

미술계의 이단아로 취급되었던 인상주의가 태동하며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수고와 분투가 있었죠. 그 배후에서 재정적인 후원을 결코 마다하지 않던 타고난 파리의 신사, 구스타브 까이유 보트 아저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정원가이자 화가였던 그의 작품, 작품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에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그저 건물만을 세우기 위해 급급하는 사람이 될지는 좀 더 살아봐야 알겠지요. 생의 한 순간순간을 잘 포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현재를 반영하고 꿈꾸게 해주는 것은 그림이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어떤 활동, 어떤 공간, 어떤 사람 옆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를 포착해야 한다.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말처럼 당신은 어떤 활동, 어떤 공간, 어떤 사람 옆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끼시나요? 어제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오늘이지만, 그 하루치의 행복을 기억하고 싶어 집니다. 답답한 내 안이 아니라 탁 트인 옥외공간에서 그 답을 찾고 싶은 날입니다. 열심히 그림 그리기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났습니다. 가벼운 인생 여행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싶은 그런 날. By Sarah

지베르니에서 보낸 어느 맑은 오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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