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기적으로 만드는 여행의 기술

마레지구 생 폴 생 루이에서

by Sarah Kim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걸 '캐치'해 낸다는 것은 대단히 감동적인 일이다.

파리 마레지구의 단골 꽃집에서
생폴 생루이, 은은한 조명이 반짝반짝 빛나던 날

5월의 어느 토요일 밤, 내가 사랑한 마레지구, St. Paul 생폴 생루이에서는 Alegria 알레그리아 오케스트라 챔버와 소프라노 Urszuka Szoja 공연이 있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와 아베마리아 협연이었어요.


봄날의 파리 여행은 미술관에 박제처럼 전시된 그림보다는 거리 풍경 하나하나. 또 그림 속의 풍경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정 하나하나를 더 소중하게 마음에 담자고 맘먹었지요. 그리고 파리 고즈넉한 교회에서의 이 놀라운 공연.


유서깊은 교회에서 30 유로짜리 공연은 그 장소의 고풍스러움과 공명감 때문인지 오페라 팔레 가르니에의 값비싼 공연보다 더 멋지고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연주와 천상의 아리아가 지난겨울부터 서늘하게 자리 잡았던 내 마음 한 구석에 환한 빛을 비춰줬지요. 신의 선물같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첫 음악시간으로 기억합니다. 테너이기도 했던 30대의 젊은 음악 선생님이 교복이란 걸 처음 입고 잔뜩 긴장해 있는 우리에게 주말 과제로 내주신 그 숙제. 비발디 사계를 끝까지 다 듣고 A4용지에 음악 감상문을 써오세요!

비발디 사계중, 겨울 2악장 (클릭!)

그때 밤늦게 까지 비발디의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3악장'까지 단숨에 들으며 클래식이 얼마나 흥분되고, 또 소곤소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어린 감수성으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현악 챔버 연주는 어떤 미사여구와 장황한 말이 필요 없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지요.

공연이 끝나고 소프라노 언니에게, 당신의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웠고, 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럭키했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향기로운 봄날 밤, 지천에 널린 봄꽃들처럼 마음도 환하게 피어나는 그 시간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여행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결코 비관적으로 될 틈이 없지요. 생의 한 단면 단면이지만 이 행복한 기억들이 모여 결국 나 라는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순간순간들을 신의 선물처럼, 기적처럼, 받아야겠습니다. By Sarah ♡


P.S 앙코르곡이었던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는 보너스입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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