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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당신도 혹시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나요?

by Sarah Kim
모든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내가 그 때, 그 장소에서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는 또 다른 내가 되었을까?

그래서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삶은 때때로 버겁다. 우리가 하지 않은 선택들, 다시 돌아가지 못한 길들, 그리고 그 모든 “만약에”들이 가끔은 현실보다 더 무겁게 짓누를 때가 있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바로 그 마음의 틈새에 조용히 놓이는 한 권의 햇살같은 위로다.


<미드나잇 인 파리, 어바웃 타임, 인터스텔라, 시간 여행자의 아내> 와 같은 타임슬립 스토리를 좋아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전형적인 타임슬립 이야기는 아니다. 책 속 주인공 노라 시드가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직접 고쳐가거나, 미래로 순간이동을 하진 않는다. 살면서 무수히 전제된 '만약의 삶'들 사이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이라 볼 수 있다.


삶이란 한권의 책과 같다


내가 사랑하는 책, The Midnight Library


인생은 수백만 가지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정 하나하나가 갈림길이고,
그 갈림길마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노라는 더이상 희망을 볼 수 없어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신비한 공간에 도달한다. 그곳에는 그녀가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삶들이 ‘책’의 형태로 존재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진부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어떤 삶을 고르겠니?” “다시 살아보고 싶은 길은?”

책을 열면, 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마법이라니!


그곳에서 사서로 등장하는 인물은 학창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도서관 사서, 미스 엘름이었다. 노라는 엘름의 도움으로 책장을 넘기듯 다른 삶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간다 .


올림픽 수영선수로 살아본 삶, 밴드 보컬로 활동한 삶, 오빠가 살아 있는 삶, 아이가 있는 삶. 그러나 그 모든 삶에도 결핍은 있었다. 후회 없는 삶조차도, 완전한 해답이 아니었다. 어쩌면 불완전함이야 말로 삶의 일부이고, 고통은 의미의 한쪽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의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단지 ‘살아가는 일’뿐이다.”


우리는 종종 후회한다.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다른 길을 갔다면 지금쯤 나는 행복했을까?”

하지만 그 상상의 길조차, 결국에는 또 다른 불안과 결핍을 품고 있다.


후회는 그저 과거를 바꾸려는 헛된 시도일 뿐이다.그보다는 현재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능성의 도서관은 무한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책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한 권의 인생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노라는 마침내 깨닫는다. 그녀가 바랐던 모든 삶의 조각들은, 사실 지금의 삶 속에도 숨어 있었다는 것을. 부서지고 흐트러져도, 매일을 살아가는 용기 자체가 이미 하나의 대답이라는 것을.


나는 완벽한 삶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내 삶을 사랑하고 싶었을 뿐이다.”


삶이 불완전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다. 결국 ‘살아간다’는 말은, 가장 나다운 문장을 써 내려가는 일이다.


나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하나쯤 갖고 싶다. 고군분투한 하루 끝에 뚜벅뚜벅 들어가서, 오늘 하루를 반추해볼 수있는 그런 나만의 도서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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