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에서의 하루
런던의 하루는 변화무쌍하다. 우리의 인생처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하루의 다채로움이 꼭, 우리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
테이트 모던에서의 하루,
로스코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을 등지고, 느릿느릿 밀레니엄 브리지를 향해 걸었다. 5월의 상쾌한 강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은 강을 스치고, 강은 하늘을 비추어, 낯설지만 낭만적인 이 도시를 걷는 일은 꽤나 멋진 일이었다. 서울, 뉴욕, 시카고, 파리, 런던... 대도시를 관통하는 강을 건너는 일은 꽤나 상징적이다. Cross the road! 이곳에서 저곳으로. 삶에서 나를 건너게 하는 무언가를 지나고 있다는 증거니까! 매일매일이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반복되는 하루하루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일은 요즘 유행하는 ‘갓생’이 아니라, '삶의 균형감' 곧 '내 안의 평안'을 매일매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템스강 위의 철제 다리는 유리처럼 반짝이지 않지만, 그 위를 걷는 마음은 투명했다. 길은 곧장 테이트 모던으로 향한다. 멀리서 보면, 벽돌 덩어리 같은 그 건물은 가까이 다가설수록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살아났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화력 발전소였다. 그 상징적인 파워홀에 지금은 현대미술로 가득 차 있다. 영국의 전통과 문화를 경험한 다음날은 현대와 고전의 경계를 허물고 싶어진다. 그럴때는 테이트 모던으로 가자!
런던, 테이트 모던
생각의 전환으로 이 우람한 공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다.
현대미술의 대공장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Tate Mordern, London
침묵의 온도, 로스코의 방
Mark Rothko Room. 붉은 벽과 검은 그림자 사이,
나는 캔버스가 아닌 감정의 결을 바라보았다.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
로스코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의 무게가 침착하게 가라앉는 감정을 경험한다. 종교 같은 그 오랜 침묵은 때로 오히려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마음 한 가운데로. 조용히! 하루에도 수 백가지 많은 말들이 오가는 데, 가끔씩 이런 고요한 침묵이 몹시 그립다.
색채의 마법사, 앙리 마티스
‘색이란 음악처럼 직관으로 느끼는 언어’라는 앙리 마티스의 말처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여러 작품들이 테이트 모던의 이 방 저 방 유려하게 춤추고 있었다.
내가 사랑한 리히텐슈타인의 방
팝아트의 기운이 뻗어 나오는 선명한 색상과
유쾌한 만화풍 선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캔버스 앞에 섰을 때,
그 세계는 마치 말풍선을 터뜨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경쾌하고 가볍지만, 그 안엔 우리 현대인의 감정이 고스란히녹아 있었다.
Art doesn’t transform. It just plain forms.
예술은 변형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형태다.
I like to pretend that my art
has nothing to do with me.
내 예술이 나와는 상관없는 척하는 게 좋다.
그는 ‘진지함’에 균열을 내는 작가였다. 현대 사회의 이미지와 반복, 시선과 소비를 유쾌하게 뒤집는다. 그 방은 마치 세상의 소음을 예술이라는 포장지로 감싸는 방식 같았다.
하루의 감성에도, 그런 날이 있지. 가볍게 포장하지만, 속은 은근히 무거운 날.
6층 레스토랑 창가에서, 템스강을 내려다보며
전시를 다 본 후, 꼭대기층 카페 창가에 앉았다. 창밖엔 템스강과 런던의 회색 풍경. 커피 한 잔과 노트, 조용히 나를 기다리는 문장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Peace is Power!
내 안에도 평화가 있어, 그 공간도 이렇게 넓혀 갈 수 있을까? 로스코의 침묵과 리히텐슈타인의 팝한 유쾌함까지. 예술은 결국 마음의 방 안에서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평화롭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화학공장에서 현대 미술까지...아름다운 5월에 내 맘에 각인된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씩 단어로 다시 조각해본다. 눈 깜짝 할 사이, 하루하루가 지난다. 소중하게 이 하루를 기록하니 기분에 한결 나아졌다.
An avid Journaler, Sa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