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365일의 크리스마스
우리는 거창한 사건보다, 오히려 작은 사물에서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곤 합니다. 올해는 노란 은행나무가 유독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겨울의 조용한 신호는 뭐니뭐니 해도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시즌의 빨간 컵, 그리고 프리퀀시 이벤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마다 뻔한 디자인과 익숙한 일정으로 돌아오지만, 유난히 바쁜 일상 속에서 그 빨간 컵과 윈터 프리퀀시 스탬프는 “한해를 마무리할 때가 왔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이 상징 덕분에 저는 겨울에 대해, 설렘에 대해,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주할지 잠시 생각해 보곤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겨울의 기분’을 여름 디트로이트 여행에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계절은 달랐지만, 마음속에는 분명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빛이 켜졌으니까요!
한여름의 디트로이트가 알려준 것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도시이자, 재즈와 역사, 회복의 이야기가 층층이 쌓인 도시입니다. 여름빛을 잔뜩 머금은 거리와 강변을 걷다 보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리듬이 묘하게 섞여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 여행의 어느 날, 고마운 그 덕분에 잠시 도시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독일풍 마을 프랑켄무스(Frankenmuth)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죠
한여름에도 크리스마스가 꺼지지 않는 곳.
브로너스 크리스마스 원더랜드.
한 사람의 신념이 만든 365일의 축제
브로너스는 1945년, 월리스 존 브로너(Wally Bronner)라는남자가 품은 작은 신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크리스마스 장식 제작을 부탁받으며 깨달았다고 해요. “사람들은 기쁨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싶어 한다.”
그 단순한 통찰이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상점을 만들었고, 그의 철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천장, 벽, 바닥까지 이어지는 장식들이
사라졌던 동심을 가볍게 흔들어 깨우고,
사람들은 작은 오너먼트를 손에 쥔 채
누군가를 떠올리고, 기억을 담고, 기쁨을 준비합니다.
그 모습은 한여름이든 겨울이든 언제나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음속의 불빛이 켜지는 순간이에요!
인생은 결국, 방향을 달리하는 여행
브로너스를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우리의 태도는 삶을 대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쁨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는 사람 사이에는 아주 작은, 그러나 결정적인 태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불밖을 떠나 멀리 나간다고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순간
비로소 보이지 않던 빛이 드러나니까요.
한여름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크리스마스로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계절인걸 알았어요.
그렇다면 인생도, 결국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걷고 있는지를 묻는 아주 긴 여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Life is a Journey!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