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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진강 Sep 30. 2024

누군가의 말, 그것은 무심한 배려

꽃,가난,재생


꽃은 열매를 맺는 짧은 한 때를 위해 홀로 기약없는 세월을 땅 속에서 보내야 했다. 햇볕이 닿지 않는 땅 속에서의 고독과 침묵. 그것은 마치 가난이었다.

"아니야."

누군가 날 향해 말했다.

"시간의 흐름, 그건 가난이 아닌 재생. 생태계 이치를 따르는 생물에게 피고 지는 문제는 당연한거야."

한낱 식당 주인,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매케한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울 것 없어."

식당 주인이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네 그 공황과 불안. 지금이라도 치료 받으면 돼. 물론 당장은 힘들겠지. 평생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두렵기도 할 거야."

"난 아프지 않아요."

내가 단호히 말했다.

"지독하군. 그게 병이란 증거야."

여주인의 입술에는 비소가 걸려있었다. 그랬다. 그녀는 이 식당에서 불행의 늪에 빠지는 여자들을 수없이 지켜봤던 한 사람. 마더(Murderer). 난 그녀의 독사같은 눈빛에 홀린 듯 읊조리기 시작했다.

"끝날 줄 알았어요. 이 지긋지긋한 전쟁과 진통. 하루가 멀다하고 깊어지는 어둠. 밤마다 안식을 그리워 해야하는 그 고통. 당신은 몰라."

그러자 식당 여주인이 혀를 찼다. 그녀는 담배를 바닥에 던져 구둣발로 비벼 껐다.

"우울증도 중증이군. 면역력도 엉망인 것 같고. 이것 봐, 네가 아프다는 증거기 이렇게 많은데. 당장 의사를 찾아가. 약을 먹고 솜씨 좋은 심리치료사한테 가서 상담도 받아.남들처럼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해. 영화관도 가보고. 처음은 힘들겠지. 어색할거야. 당황할테고. 하지만 익숙해질거야. 네가 이 식당 일에 적응했던 것처럼···, 그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약국도 병원도 문을 닫았을 때 생리통 약을 주는 것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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