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에 대한 생각들
매일 글 쓰겠다는 결심,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결심, 다이어트하겠다는 결심, 영어 공부를 매일 하겠다는 결심, 주방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하겠다는 결심 등은 작심삼일에 그칠 때가 많다.
늘 하는 일이고, 심지어 좋아하는 일이지만
어떤 날은 곧 죽어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과를 기계적으로 바꾸면 꾸준함을 실천할 수 있을까?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 (Twyla Tharp)의 이야기를 읽고 오래전 무릎을 친 적이 있다.
그녀는 전통 발레와 현대 발레가 어우러진 ‘크로스오버 발레’라는 장르의 창시자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속 장면의 안무도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가리켜, 선천적으로 타고난 창조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용수로서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성공했고,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쥐었다. 그녀가 성공하게 된 것은 바로 <택시 타기> 때문이었다.
새벽마다 5시 반이면 그녀의 아파트 앞에 택시가 도착한다. 아무리 피곤한 날도, 아무리 하기 싫은 날도 일단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택시에 몸을 싣는다.
그러면 택시는 펌핑 아이언 (Pumping Iron)이라는 체육관에 그녀를 데려다준다..
그때부터 그녀의 일과는 자동으로 시작된다.
트와일라 타프는 평생에 걸쳐 새벽마다 택시 문을 여는 것을 마치 의식을 치르듯 해왔고, 그 결과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었다.
그녀가 하루 일과의 문을 열기 위해 했던 일은 화장기 없는 얼굴과 대충 차려입은 옷차림으로 택시에 올라탄 일이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 손으로 운전하는 자가 운전자였다면 그게 가능했을까? 아무리 신념이 투철한 그녀라도 아마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무용수는 몸으로 하는 직업이므로 육체적으로 말할 수 없이 피곤했던 날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편해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 본능을 거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작은 행위가 필요하다.
그녀가 평생 해왔던 “택시 문 열기” 같이 큰 노력이 필요치 않은 작은 행동 말이다.
그녀의 스토리를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받아들이는 분도 보았다.
“그러게요. 일상이 그냥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기계적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기계적으로 점심을 먹는 그런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 해야 하는(혹은 하고 싶은) 일이고,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하는 일인데 자연적인 상태로는 웬만해서 지속하기 힘든 일일 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강제적인 루틴 속으로 밀어 넣으면 그나마 꾸준함을 실천하기가 용이해질 수 있다.
새벽마다 친구들이 서로 모닝콜로 깨워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알게 된 어떤 작가는 글쓰기 전에 종을 친댔다. 손에 큰 종을 들고 그것을 치는 행위를 통해 ‘이제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자기 몸과 마음을 깨운다고 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생각난다. 글쓰기가 아닌, 간식 생각이 날지도 ㅠ 어쨌든... ^^)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 집에서 근무할 때 일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갖춰 입거나, 회사 출근 카드를 기계에 찍는 듯한 행위를 일부러라도 흉내내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작은 행위가 ‘편한 일상’과 ‘집중해야 할 상황’을 구분 지어주는 시그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을 치거나, 옷을 거창하게 차려입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양말을 신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일의 능률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거부할 수 없는 기계적 일과 속으로 나를 밀어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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