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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Sarah LYU Nov 01. 2022

글쓰기 조울증 완전극복하기!

하루 5천 자 쓰기 프로젝트 실천적 방법

브런치는 2015년에 론칭되었고 나는 2016년에 작가로 뽑혔다. 그 당시 새로 고용된 프랑스 회사에 적응하느라, 설익은 한국말로 감히 글을 쓸 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6년이나 지난 올해야 겨우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길고 긴 방황이었다.


벚꽃이 만개한 어느 봄날, 매일 5천 자 이상의 글을 쓰자고 다짐했다. 처음 몇 날은 지켜졌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나자, 다짐만 한다고 지켜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날은 글이 넘쳐나고 어떤 날은 단 한 자도 나오지 않았다. 글쓰기 조울증인가? 허벅지를 찌르고 가슴팍을 쳐도 편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잘 쓸 생각을 버리자


헤밍웨이가 그랬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정말 위안이 되는 말이다. 글쓰기는 지난한 수정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나중엔 자신의 원고를 보기만 해도 토할 정도까지 고쳐야 한단다. 그 말은 첫 술에 완벽할 생각일랑 일찌감치 버리라는 뜻이다.


음악 천재 모차르트도 반복의 대가(大家)였다. 작곡한 곡을 고치고 또 고쳤으며, 오선지가 산더미처럼 쌓이도록 대위법과 화성학 연습을 했더랬다. 천재도 그렇게 노력해서 이룬 성과일진대, 범인(凡人)은 어떻겠는가.


노오오력을 해야 한다는 면에서 조금 염려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이루지 못할까 봐 지레 겁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는 공평함에 비교적 마음이 놓인다. 그러니 잘할 생각은 접고 일단 써보자.


다른 작가가 어떤 글을 쓰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없다. 나와 비슷한 주제와 컨셉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해도 신경  이유가 없다. 왜냐면 글쓰기는 남과의 대결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꺼내 윤택한 언어로 성실하게 가꾸고, 꿰어서 보배로 만드는 것이다. 속에 담고 있는 내용과 다듬는 모양새는 각자 다르다. 그러니, 타인과 비교하는 행동은 하지 말자. 벤치마킹을 하거나 배우기 위한 의도라면 그나마 괜찮긴 하나 어찌 되었든 비교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경우가 많다.


“글을 쓸 만한 아이디어가 없는데 어떻게 글을 쓰나요?”


먹고 싶은 음식이 머릿속에 매일 떠오르는 것처럼, 글 소재도 날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한때 아이디어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다고 믿었다. 게으른 나에게 정말 좋은 핑계였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없던 아이디어가 생기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 뒤죽박죽이던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여유공간까지 생기는 느낌이었다. 인간의 뇌도 컴퓨터 옵티마이징과 비슷한 체계일 줄은 몰랐다. 직접 겪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글을 쓰는 환경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아서일까. 나오는 글이 늘 거기서 거기였다. 그래서 또 글쓰기 조울증이 도져,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빈둥대는 날들이 생겼다.


작고하신 소설가 이외수 님이 그랬다. “글쓰기가 너무 좋지만, 책상까지 가기가 구만(九萬)리구나”

이것이 꼭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싶어서 미소가 지어진다.


익숙함을 벗어나라!


언제나 변치 않는 집안 구조와 가구의 배치는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항상 동일함을 의미한다. 이 동일함이 심리적 안정은 줄지 모르나, 하루 5천 자를 도출해야 하는 나로서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내겐 날마다 다른, 짜릿하면서도 예측불허의 환경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집안 구조를 쉬이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익숙한 장소 벗어나기>였다. 인간은 낯선 곳, 낯선 길을 마주하면 두뇌 회로가 확장되고 생존을 위한 기술이 본능적으로 체득되며 상향 조정된다.


마음이 가는 동네 카페를 고르기 시작했다. 고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너 시간 내리 글을 쓰는 비용으로 하루에 2.5유로, 약 3,500원이 든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한 달에 약 9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리 나쁘지 않다. 작업실을 임대한다면 최소 5배 내지 10배는 들 것이므로, 나는 기꺼이 커피값을 지불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집에서 공부하지 않고 굳이 도서관을 찾아가는 이들의 행동이 단순한 겉멋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는 피아노는 손도 대지 않고 돈을 들여 연습실을 대여하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들을 오해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나 역시 동네 카페에서, 낯설고 새로우며 아찔한 글이 더 잘 나온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 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잘 쓸 생각을 버리자

2. 일단 쓰기 시작하면 아이디어는 생긴다

3. 싫증 나지 않는 글쓰기를 위해 다양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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