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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윤정 Jun 08. 2021

예비선거에 투표할 수 있나요?

북버지니아주에 와서 산지도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몇 년 전에 내가 사는 버지니아 주가 내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보다도 크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었다. 미국의 주 하면 한국의 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한 주가 내 고국보다 크다니! 2010년에 미국 시민이 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내 나라라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지 싶다. 겨우 몇 번의 선거에서 투표한 것이 내 시민권 행사의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어느 한 나라에 속하지 않은 데다, 미국에서 교육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나는 이 나라의 정치, 사회제도에 대해 배운 적도, 이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얼마 전 LA에서 지내고 있는 큰아이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드디어 오늘 버지니아 예비선거 부재자 투표 우편으로 보냈어요! 꼭 행사해야 할 권리니, 마감일 전에 일찌감치 보냈어요. 엄마, 아빠도 미리 선거할 수 있으니까 꼭 선거하세요.” 큰아이의 말에 나는 멍해져 되물었다. “선거? 선거는 11월 초에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무슨 선거를 하니?” TV 뉴스도 월드 뉴스만 보고 지역뉴스는 보지 않아, 내가 사는 이 주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말고는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주요 안건이 무언지, 예산 규모와 집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인터넷에서 버지니아주 선거 관련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다가오는 선거' 페이지에 6월 8일에 있을 주지사, 부지사 등등 예비선거 관련 정보가 나오는 데 정확히 내게 해당이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정보를 보며 난 큰아이에게 말했다 “얘, 얼마 전에 한참 공화당이 집권한 남부 주들이 선거 관련 법안을 변경할 때 공화당은 선거를 더 명확하고 공명정대하게 만드는 거라 하고 반대하는 쪽은 선거를 더 어렵게 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거라 할 때는 어느 쪽이 더 정당한가 잘 몰랐는데, 이젠 알겠다. 이 나라에서 교육을 받진 않았어도 고등교육을 받고 영어와 법적 언어에 문제가 없어도 선거 관련 이런 정보를 봐도 잘 모르겠는데…”

“엄마가 이민자라 그래요. 하긴 이민자가 아니어도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정치체제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더라고요. 대학 와서 내 룸메이트한테 내가 선거의 중요성과 미국 정치체제를 가르쳤다니까. 워싱턴 D.C. 근처에서 자라서 그런지 학교에서도 사회시간에 그런 걸 잘 배운 것 같아요.” 바쁘다고 전화를 끊으며 아이는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자란, 1.5세에 해당하는 남편은 알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예비선거? 그건 민주당에 등록한 사람만 하는 거 아니야? 나도 버지니아주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네. 미국은 주마다 달라서.. 어떤 주는 누구나 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당의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투표할 수 있어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가장 약한 후보한테 투표해서 실제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확률을 낮춘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결국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버지니아 주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주지사의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난 매 선거에서 주지사가 항상 바뀌어서 주지사가 일을 잘 못해 연임하지 못한다고 지레짐작했다. 게다가, 테리 맥컬리프 (Terry McAuliffe) 전 주지사가 다시 주지사에 도전한다는 광고를 보았을 때도 왜 한 번 했던 사람이 다시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851년부터 버지니아 사람들은 주지사를 직접 선출해 왔는데 4년 단임제로 연임으로 권력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대신 재임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이후에 다시 주지사로 선출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시행해 왔다 한다. 

지역 뉴스 채널인 wtopnews사이트에서 ‘버지니아 선거 가이드: 2021 프라이머리’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예비선거를 위한 투표 등록 및 갱신은 5월 17일로 마감되었다. 그런데 이미 이곳에 살며 여러 번 투표를 한 적이 있는 나와 같은 이도 예비선거를 위해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투표권자의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버지니아 주정부 사이트에 들어가 내 정보를 넣고 확인하려 했다. “버지니아 시민 포털의 온라인 기능을 사용하려면 유효한 버지니아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사회 보장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뜰뿐 내 질문의 답을 얻진 못했다. 결국 이메일을 보내 확인했다. 토요일 오전에 이메일을 했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상세한 답이 왔다. 주소가 변경되지 않았다면 투표권자로 한번 등록했으면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마침내 예비선거를 하러 카운티 청사에 갔다.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긴 했어도 차에 앉아 투표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커브사이드 (Curbside)에서, 17년 만에 세상에 나온 요란한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투표를 했다. 투표를 마친 후 “투표했다 (I VOTED)”는 스티커를 받고, 뿌듯한 마음에 스티커를 사진에 찍어 가족에게 텍스트로 보냈다. 곧이어 큰아이로부터 “예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20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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