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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윤정 May 17. 2021

소득세 보고를 하며

“세상에는 확실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세금과 죽음”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미화 100달러 지폐 앞면에 그의 초상화가 있어, 미국에서 자라지 않아 미 역대 대통령을 잘 모르는 나와 같은 이들은 그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중 하나로 착각하지만, 그는 사상가이자 사업가, 발명가였고 프랑스군과의 동맹에 결정적 역할을 해 미국 독립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유명한 이 말도 프랑스 혁명이 한참 진행 중이던 1798년 11월에 그의 친구 프랑스 과학자인 장-바티스트르로이(Jean-Baptiste Leroy)에게 혁명 발발 후 보낸 안부 편지 중에 나온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이 확실한 두 가지를 피하고 싶어 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까지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5년 가운데 10년 동안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대통령으로 재직한 첫해,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세금을 냈는데 단 750불에 불과했다니.. 세금에 대한 기피에 있어서 한국인도 으뜸가는 민족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러 나라 사람을 고용하는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한 친구는 다른 나라 사람은 설득하면 수긍하는데 한국 사람은 꼭 현금으로 지급받기를 고집한다고 푸념을 하곤 한다. 아마도 수백 년 전부터 나라에서 징수해간 세금이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부정 부패한 관리의 배만 채운다는 인식이 유전자가 되어 배어있는 탓이지 싶다.

하지만, 지난 일 년여 동안 코비드 팬데믹 상황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치르며 나라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라를 잃거나 전쟁이 터지면 내 나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알게 된다고 6.25 참전용사이신 한 문인께서 한 말이 떠오른다. 정말이지 전염병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죽고 경제활동은 마비되어 실직과 영업 중단으로 소득을 잃은 상황에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생계 지원을 위한 돈을 주고 제약회사에 물적, 정책적 지원을 다 해 재빨리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였다. 기술과 재정적 능력이 되지 않는 나라들은 여전히 참담한 현실과 고군분투하는데, 신속한 백신 공급으로 영국과 미국은 상황이 현저히 호전되고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봐야 하는 상황인지라 나라에서 돈을 엄청나게 풀었다. 하지만 나라의 이 돈은 결국 모두 빚이고 그 나라의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2020년 이런 긴급 상황이 터지기 이전부터 미국의 국채는 위험 수준이었다. 2012년부터 나라빚이 총생산 (GDP)을 넘었고 2019년엔 107%에 이르렀고 연간 국채의 이자로 나간 돈이 국가 총예산의 8%에 달했다. 미국이 빚이 많아 돈을 찍어 이자를 갚아도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안정을 겪지 않고 안정적 번영을 유지해온 것은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국제 거래의 기본 화폐로 각국의 중앙은행은 달러를 항상 확보해 유지해야 해서 미 국채를 사들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각국의 중앙은행은 미 달러의 보유액을 점진적으로 줄여왔고 최근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에 따르면 25년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기축통화의 반열에 오르고자 수십 년간 별러 온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도입해 실행에 들어갔다.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 카리브해와 남미,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 동남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과 디지털 화폐의 지급 결제를 테스트해 온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비트코인을 제치고 디지털 화폐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 디지털 위안화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월릿(Wallet)을 내재한 중국의 스마트폰이 아프리카인에게 공급되고, 그동안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금지하고 탄압해온 아프리카국가의 중앙은행은 그들의 채권국인 중국의 영향 하에 있어 디지털 위안화의 파급을 저지하지 못한다.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의 위상이 도전받고,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을 보며, “우리의 새 헌법은 이제 확립됐다네. 모든 것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 같네만,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외에는 확실한 것은 없지.”라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을 다시 떠올린다. 그 확실한 연중 이벤트, 개인 소득세 기한이 올해는 5월 17일이다. 매년 4월 15일이지만, 팬데믹 상황으로 작년에는 7월15일까지 연기됐었고 올해는 한 달 연기된 5월 15일이 토요일인지라 17일로 되었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던 학창 시절 버릇을 못 버리고 이렇게 마감일이 다 되어서야 소득세 보고를 하며 이제는 내 나라가 된 미국에 내가 납부하는 세금이 유용한 자원이 되기를 기도한다.


2021년 5월 15일 미주 한국일보 주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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