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이었다. 30톤 무게의 혹등고래가 바닷가에 죽어있는 사진을 보고 ‘애도’하는 글을 썼었다. 아이들과 매해 여름이면 가곤 했던 메릴랜드주 아세티크 섬 모래사장 위에 철썩이는 겨울 파도를 맞으며 죽어있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졌었다. 15살 ‘피봇 (Pivot)’이라 이름 붙여진 암혹등고래였다. 혹등고래는 보통 90년을 살 수 있다니, 사람으로 치면 가장 꽃다운 나이에 맞은 죽음과 같았다. 혹등고래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좋아해 드라마 중간중간 그 영상에 나오기도 했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바다의 수호천사’라 불리며 다른 고래나 상어에게 쫓기는 물개나 사람을 구해주기도 해 간혹 기사에 실리기도 한다.
올 1월 또다시 아세티크 섬 모래사장 위에 죽어있는 혹등고래 기사가 나왔다. 그것도 며칠 간격으로 두 마리나. 두 번째 혹등고래는 피봇보다도 작아 그보다 더 어린 나이로, 첫 번째는 피봇정도의 나이로 추정했다. 2월 5일 자 NPR에서는 ‘미국 해변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고래’에 대한 보도를 했다. 2016년 이후로 플로리다에서 메인에 이르는 미동부 해안에서 180마리의 혹등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한다. 2023년 들어 한 달 동안 벌써 적어도 일곱 마리의 죽음이 보도됐고, 뉴저지의 경우는 네 마리가 보도되었는데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발견된 숫자와 같다 한다.
공화당 국회의원 앤디 해리스 (Andy Harris)는 “바닷가에 풍력 발전소가 많이 들어선 이후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당장 풍력 발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전통적인 석유 및 가스에 쓰는 지진 공기총은 해저 수 킬로미터를 관통해 에너지가 매우 높고 소리가 아주 큰 반면, 해안 풍력 발전소를 준비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는 고해상도 지구물리학적 기구로 수주에 넣는 음향 에너지의 양이 더 적다”라고 반박한다. 한국 옛말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싶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은 몇몇은 커다란 선박 등에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봇의 사망원인을 포함한 많은 경우 명확한 그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있다.
그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수질오염과 해수의 온도상승이다. 문제가 산더미처럼 커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나씩 해나가는 것, 전 세계 80억 인구가 제각기 제 할 일을 찾아 해 나가야만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었다. 오줌에 포함된 질소가 화학제품을 통해 세척 과정을 거친 후에도 여전히 물에 남아 조류와 수생 식물의 성장을 증가시키고 이러한 식물이 분해됨에 따라 물속의 필요한 산소 공급을 고갈시켜 수생동물을 죽이고 생태계 순환을 파괴한다.
이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바이오가스 정화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바이오가스 정화시스템은 하수 및 음식쓰레기 등을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해 바이오가스와 메탄과 같은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 나온 액체는 친환경 비료로 작물 재배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염을 악화시키는 쓰레기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도 공급하고, 친환경 비료까지 만들어진다니 환경을 위한 일석삼조인 셈이다.
내 어린 시절 음식을 남길 때면, 독실한 불교 신자셨던 할머니는 “네가 이생에서 버리는 모든 것을 다음 생에서 모두 먹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로 온종일 집에서 생활하는 터라, 우리 가족이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는지 깨닫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세식 변기를 누를 때마다 할머니 음성이 떠오르곤 한다. 하루 평균 한 사람의 오물이 4~5백 그램이고 수세식 변기로 한 번에 나가는 물이 최소 1.6갤런이다. 내가 새처럼 먹어, 최소한의 오물만 분비하고 80년을 산다고 해도 한평생 13톤의 오물을 세상에 남기는 셈인데 이는 거대한 어른 수컷 코끼리 두 마리만 한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도입되기 전 한국에서는 건식 화장실에 분뇨를 모아 농사를 위한 천연비료로 사용했다. 한옥의 입구에는 지하에 큰 용기를 묻고 그 위에 구멍을 뚫어 만든 화장실이 있었다. “변기 청소합니다!” 골목길 어디에선가 들려오던 우렁찬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엄마가 한옥 대문을 열면, 막대에 달린 커다란 양동이 두 개를 어깨에 메고 그 목소리의 남자가 배설물을 수거하러 들어섰다.
또한, 한반도 아래 세계자연유산지인 제주도에서는 인분을 이용해 돼지를 사육하기도 했다. 집 외부에 별도로 세워진 '통시변소'라는 부지에서 사육되는 흑돼지는 다른 돼지보다 쫄깃하고 육즙이 풍부한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유명하다. 제주엔 돼지상과 음식점이 즐비한 '흑돼지 거리'마저 생겨났다. 2010년에 우리 가족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흑돼지를 맛보기 위해 한 식당에 갔다. 숯불 위 석판에 고기를 그 옆에는 마늘과 김치를 놓고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여섯 살 된 막내는 자신은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하면서 먹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5겹의 지방과 고기가 들어 있는, 잘 구워진 작은 조각을 아이 접시에 담아주며 권했다. “좀 두꺼운 베이컨 같지? 하지만, 이건 흑돼지로 그보다 훨씬 맛있어.” 아이는 그 명성이 궁금해 한입 맛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 식사 후에 채식주의자가 될 거예요.”
옛날 한국에서는 인간의 배설물엔 치유력도 있다고 여겼다. 한의학 전문가인 이상곤 박사는 조선시대 왕들의 삶을 연구하면서 조선왕들의 병과 치유법을 기록했다. “그들은 특히 7세 미만 어린이의 소변과 사람의 대변을 약으로 사용했다. 조선 제11대 왕 중종(1506~1544)은 똥을 끓여 만든 즙인 ‘파관탕’으로 여덟 번 치료를 받았다.” 21세기에 이르러 마침내 서양 의학 전문가들도 어떤 경우에는 대변이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과 같은 항생제 내성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어 온 대변 이식은 자폐증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입증되었다.
한국인만 사람의 배설물을 활용한 것은 아니다. 고대 로마, 인도, 중국에서는 소변을 청소용으로도 사용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소변이 표백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 치아를 표백하기도 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양귀비(楊貴隆)는 미모의 비결이 어린아이의 소변을 이용해 목욕을 한 것이라 한다. 16세기 영국인들은 직물을 염색할 때 소변을 사용해 더 밝은 색이 나도록 했다. 또한, 스웨덴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소변에는 작물재배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다. 소변의 요소에서 생성된 질소는 나무와 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이고, 이 요소는 현대 상업용 비료의 가장 큰 재료이다. 흥미롭게도 과학자들은 아무런 처리 없이 소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를 오이 재배로 테스트했다. 오이는 세균 감염에 쉽게 오염되고 대부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기 때문에 이 작물을 선택했다 한다. 물에 소변을 희석해 비료로 준 오이는 크기와 개수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냥 키운 오이와 비교하여 박테리아 오염 물질의 차이가 없었고 똑같이 맛이 좋았다 한다.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에, 바이오가스 정화 시스템을 도입해 보고자 은퇴 후 집을 지으려 사놓은 땅이 소재한 버지니아주 카운티에 문의했었다. 또한 근접한 메릴랜드 주에도 문의했다. “저희도 과잉 질소로 인한 수질 오염악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주 정부에서 현재 허락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과 소재는 검증된 사례와 기술력을 문서화해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후에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시민과 환경을 위한 일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좋은 방안을 찾고 인센티브를 주며 독려해야 하는 거 아냐? 개인에게 이런 책임을 다 지우고 거기에 법규라는 짐까지 떠안으라니!” 실망한 나는 애꿎게 남편에게 신경질을 냈다. 연방정부에서 법규와 규제 관련한 일을 하는 남편은 내게 말했다. “정부 하는 일이 그렇지. 주정부는 연방정부보다 더 느려. 당신이 짓고 싶어 하는 방식을 고집하면 살아생전에 집 못 지을 수도 있을걸…”
2년 전에 코비드 팬데믹으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결국 이 특허를 가진 중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행정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말았다. 작년 가을 한국에 갔을 때, 서울시에서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공립학교의 화장실을 현대화한다는 보도기사를 읽고 바이오가스 정화 시스템 도입을 시민 제안 코너에 제안해 보았다. 바이오가스 하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과 함께 학교에 농작물 재배 공간도 만들어 이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비료로 화초와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 참여케 함으로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화학 등 교육을 체험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를 덧붙였다. 누군가가 검토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죄 없는 어린 혹등고래들의 주검 뒤로 회색빛 겨울바다의 파도는 하얀 거품이 되어 부서진다.
(2023. 2월)
<자료>
1. Autism symptoms reduced nearly 50 percent two years after fecal transplant, April 9, 2019,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9/04/190409093725.htm
2. https://inspectapedia.com/heat/Household-biogas-septic-tank-system-design-EU.pdf